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경제공약인 7% 성장, 300만개의 일자리창출이라는 거시정책 목표와 관련해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없는 한 잠재성장률(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성장률)을 뛰어넘는 7% 성장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리하게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각종 왜곡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는 “무리한 정책목표에 따른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정책의 구체성과 현실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학회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통령 당선자 경제공약의 현실성 검증과 제안’이라는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거시·금융’부문 발제에 나선 박원암(무역학) 홍익대 교수는 “성장률과 일자리를 정책목표로 설정하게 되면 왜곡과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무리한 경기부양을 자제하고 대내외 여건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성장에 따른 고용증가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7% 성장을 해도 매년 60만개의 일자리 창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산업별로 좋은 일자리(decent job)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로 나눠 다시 계산하는 등 추후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완화와 감세 등으로 투자를 촉진할 경우 물가가 상승하고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수지 적자 확대가능성이 있다”며 “경제성장에 따르는 각종 거시경제적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사’부문 발제에 나선 최강식(경제학) 연세대교수도 “기술진보 등으로 성장에 따른 고용증가는 과거보다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며 “연간 60만명의 고용증가와 좋은 일자리창출이라는 목표는 상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은 법과 원칙의 엄격하고 공정한 적용”이라며 “이 점에 대해 분명한 대국민 약속이 있어야만 신뢰할 수 있는 노사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훈(경제학) 성신여대교수도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대선후의 바람직한 국민화합방안’이란 정책토론회에서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없는 한 지속적으로 7% 성장을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경우 후유증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