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동영(오른쪽)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 패배 이후 당 수습책을 놓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선 패배의 내상이 워낙 깊지만 현 상황을 타개할 해법을 놓고 계파 간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당내에선 ‘노무현 정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얼굴’로 내세워 설 연휴 전에 체질 개선을 해야만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친노(親盧)진영의 2선 퇴진론’까지 부상하고 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러나 당 지도부 등 일부에선 동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쇄신은 자칫 또 다른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충일 대표는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다른 최고위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1일 오전까지 오 대표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최고위원과 상임고문단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비공개 연석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대체로 “당을 앞으로 어떻게 쇄신하고 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해놓지 않은 채 물러나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급격한 내부 변화가 오히려 더이상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질서있는 변화’에 무게를 둔 셈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에 대해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여기엔 “내년 4월9일 총선까지 시간이 별로 없는데 지도부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총선까지 시간이 있는 줄 아는데 2월 설날이 지나면 공천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대선에서 나타난 민심에 대답하고 거기에 따른 변화 모색을 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문제다. 한 재선의원은 “지금이라도 쇄신을 위해 비대위를 구성해 당을 정비하고 1월27일 전대에서 그 지도부를 정식으로 추인해주고 총선에 들어가면 된다”며 “애매하다고 해서 그동안처럼 계파별로 집단지도체제를 한다면 당은 끝장난다. 필연적으로 총선은 지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진의원과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차기 대표 추대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대선이 노무현 정권에 대한 냉혹한 심판이었던 만큼 ‘현정권 책임론’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을 추대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추미애 전 의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부 중진의원들이 손 전 지사 등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영식 정책위수석부의장은 “먼저 지도부가 빨리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얘기들은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