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 후보 성적표를 토대로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총선(내년 4월9일)의 결과를 예상해보면 어떨까. 이명박 당선자가 압승한 현재의 대선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은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를 넘는 국회 의석을 확보한다.

반면 원내 1당(141석)인 신당은 현재의 3분의 1수준인 50석에도 못미치는 ‘악몽’에 가까운 참패를 한다. 총선 당락은 당보다 후보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총선이 차기정부 출범(내년 2월25일) 분위기 속에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여당 프리미엄’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한나라당 231석 확보 가능 = 이명박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수도권과 영남, 강원지역에서 50% 안팎의 대승을 거뒀다. 이들 지역의 의석 수는 서울 48석, 경기 49석, 인천 12석, 부산 18석, 대구 12석, 울산 5석, 경북 15석, 경남 17석, 강원 8석 등 모두 184석에 이른다. 총선에서 이명박 바람이 계속된다면 한나라당은 이들 지역에서 ‘싹쓸이’가 가능하다.

또 이 당선자는 8석이 걸린 충북에서 정동영, 이회창 후보를 20%포인트 가깝게 따돌렸고, 대전(6석)에서도 이회창 후보를 7%포인트 이상 앞섰다. 다만 충남(10석)의 경우 공주·연기, 부여·청양, 보령·서천, 홍성·예산 등 4개 지역구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뒤졌다.

특히 이 당선자는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강북, 관악, 구로, 금천, 마포 등 7개를 제외한 18개 구에서 정 후보보다 25%포인트 이상 득표율이 높았다. 이른바 ‘부촌’으로 불린 서초·강남구에서만 강했던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서울을 완전히 장악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7대 현재 서울의 의석 분표는 신당 29석, 한나라당 16석, 무소속 2명, 창조한국당 1석 등이다.

역대 총선에서 혼전양상을 보여온 경기지역도 이 당선자가 51.88%를 득표해 한나라당의 압승이 점쳐진다. 현재 신당 29석, 한나라당 18석, 무소속 1석, 참주인연합 1석인 경기도의 의석 분포가 한나라당 일색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당 8석, 한나라당 4석인 인천지역에서도 한나라당 바람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204석) 예상 의석에 이 후보의 전국득표율을 비례대표 산정 방식에 도입해 보면, 한나라당은 27석을 배정받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에서 231석가량을 확보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신당은 47석가량 = 정동영 후보의 참패는 신당의 총선참패로 이어진다. 정 후보는 전북(11석)과 전남(13석)에서 70%를 넘는 승리를 거뒀고, 광주(7석)에서도 이 당선자를 눌렀다. 다른 지역에서 정 후보가 이 당선자를 앞선 곳은 정캠프의 좌장역할을 이용희 국회부의장이 지역구로 있는 충북 보은이 유일하다.

따라서 신당은 지역구에서 32석가량 확보하고, 비례 대표 15석을 받아 전체 의석수는 47석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신당이 자체 조사 분석한 70석 규모보다도 적은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나설 경우 이 후보가 강세를 보인 충남 서남부 지역구 4곳을 차지하고, 비례 대표 8석 등 모두 12석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대선 득표율로만 보면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의석을 갖지 못하고, 비례대표로 각각 3석과 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석의 민주당은 원내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유병권·윤석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