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새로운 여당 체질을 익혀야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당 안팎이 주목하고 있다. 이 발언은 새로운 당정관계를 예고하는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식의 당정분리가 아니라 당정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책임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력들이 당의 중심이 되어야하기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내 미묘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우리는 이제까지 여당 같은 야당을 해 온 것도 사실”이라며 “이제 다시 여당 체질, 옛날 그대로가 아니고 새로운 여당체질을 익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로 확정됐을 때도 “기업형 정당으로 바꾸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당선자의 전날 발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달리 국정에 대해 좀 더 책임을 지는 여당이 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과거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당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결과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힘을 받지 못해 국정난맥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이어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국정에 책임지는 여당을 위해서는 당정이 좀더 긴밀한 협력체계를 가져야 한다”며 “당의 중심세력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함께 할 수 있는 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고문을 맡았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도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해 새로운 당정관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전 부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아마추어적 발상에서 청와대와 당을 분리한 것이 국정혼란을 야기하고 여권을 풍비박산냈다”며 “노 대통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통령과 당은 긴밀히 협의해 막중한 정권운영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과 관련해서도 “이제 우리의 권력축이 대통령이라는 핵이 생긴 것”이라며 “과거 여당처럼 청와대가 전부 관장해도 안되고 당이 할 테니까 대통령은 간섭하지 말라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당과 대통령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를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노 대통령을 교훈삼아 당과 대통령이 유기적으로 되도록 기능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