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특검 수사가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특검법을 둘러싼 법조계의 위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더구나 동영상 파문 직후 특검 수용을 천명했던 이 당선자조차 20일 “특검에서 무혐의로 나타나면 이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범여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면서 특검법을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과 법조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진강)는 이날 임시 상임이사회를 소집, 이 당선자 대상 특검법에 위헌 소지가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 대한변협 관계자는 21일 “‘이명박 특검법’은 참고인 동행을 강제, 영장주의를 부정한 데다 검찰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에 대해 항고 등 정해진 법적 절차 대신 곧바로 특검을 도입,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과 수사권 독립에 위배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날 상임이사회에서는 곧바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변협은 각 지방 변호사회 의견을 취합하고 있지만 이같은 입장을 공개 천명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준 것은 입법, 행정, 사법권을 분리시킨 헌법 권력 분립에 어긋난다”며 “특검은 독립적 수사권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재판권과 분리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대통령 당선자를 특검에서 조사하는데 위헌 요소가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이 당선자 측에서 특검법이 위헌이라는 점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고 효력정지 신청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석연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도 “일반성과 추상성을 지녀야 하는 법률의 기본 전제를 무시, 명칭부터 특정인을 집어넣은 특검법은 입법권 한계를 벗어났다”며 “또 영장주의에 위배된 동행명령제, 소추권과 심판권을 분리한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특검법 거부안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진보적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신중한 모습이다. 민변 관계자는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아직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거나 입장을 공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 개인의 자질, 도덕성 문제 등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이 판단할 몫에 대해 특검법을 만든 것도 지나치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당선자가 유력 대선 후보였던 시절에도 적지않은 참고인들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말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연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특검 수사에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이 나올지 의문이라면 수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내부적으로 특검 후보 인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지만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일단 특검법이 공포된 이후 본격적으로 후보들을 접촉할 예정이지만 당선자에 대한 특검을 선뜻 맡겠다는 후보들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인선에 난항을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혜승기자 hsje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