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과 관련해 교육, 복지, 환경, 노동 등 사회부처 공무원들은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당선자의 국정 운영 철학이 시장경제와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현 정부 정책의 기본 틀이 바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차기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에 자신이 속한 부처의 생존이 걸려 있다는 긴장감도 감지된다.

◆ 교육인적자원부 = 교육인적자원부 공무원들은 이 당선자 교육정책 공약의 핵심인 ‘대학 입시 자율화’ ‘사교육비 50% 경감’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특히 교육부 조직의 축소, 인원 물갈이 등이 실시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종 권한과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이양될 경우 부서가 축소될 수도 있어 내심 걱정하고 있다. 특히 입시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내부 조직과 인력이 대폭 교체될 것으로 보여 뒤숭숭한 분위기다. 참여정부의 교육 정책 중, 최근 대입 전형 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수능 등급제에 대한 폐지론이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공정택 교육감이 꾸준히 추진해온 학력신장과 수월성 교육이 이 당선자의 공약에 비춰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이 당선자의 국정운영 철학에 대해 일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복지 정책이 시장 우선주의에 밀려 뒷전이 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이 당선자가 정부조직 개편작업으로 복지부를 다른 부처와 통폐합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고위 공무원은 “경제성장을 통해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 살게 되어야 하겠지만, 노인과 저소득층에 관한 당선자의 공약이 정부 정책에 최대한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과학기술부 = 과학기술부는 이 당선자가 평소 ‘과학과 비즈니스의 결합’과 ‘제2의 과학부흥기 실현’을 강조해온 점을 들어 차기 정부에서도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고위 공무원은 “이 당선자는 경제전문가로서 미래 경제에서는 생명기술(BT)과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과학인재 양성과 과학기술분야의 획기적 투자 확대를 강조한 만큼 더욱 강화된 과기정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이 개편될 경우 산업자원부와 통합돼 ‘산업과학부’가 되거나 교육부와 통합돼 ‘교육과학부’가 될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 환경부 = 환경부 관리들은 이 당선자가 선거 운동 중 밝혔던 환경 분야 공약 자체는 기존의 환경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지만 개발과 성장 중심의 이 당선자 성향이 앞으로의 환경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는 실제 실행 여부나 추진 일정·절차 등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운하 공약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아무래도 환경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 노동부 = 참여정부에서 좌파 성향의 노동정책을 펼쳐온 노동부는 친기업 성향의 이 당선자 시대에 노동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펼쳐야 할지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분배 위주의 국정 운영이 앞으로 성장 위주로 변화하면 노동정책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시행된 비정규직법은 그동안 경영계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던 만큼, 노동부는 ‘친기업’을 표방하는 이 당선자에게 비정규직법의 향후 운용 방향과 개정 방안 등을 어떻게 설명할지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승재·윤두현·홍주의기자 lee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