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 대대적인 회오리가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공기업 민영화 및 개혁을 공약함에 따라 내년 2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강력한 후속 조치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당선자가 여러번 공기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한 만큼 민영화, 통폐합, 구조조정, 인적 쇄신 등 다양한 개혁조치가 예상돼 공기업들이 술렁이고 있다.

◆ 공기업 민영화는 이 당선자의 핵심공약 = 당선자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과 마찰을 일으키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시급히 민영화한다는 게 이 당선자의 공약”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분야의 규모는 점점 비대해지고 효율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으나 감시와 견제 부족으로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불리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기업의 이윤은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부채와 임직원수 등은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민간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설립목적을 상실한 공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고 말했다.

◆ 분야별, 단계별로 진행 = 이 당선자의 공기업 개혁은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일단 기업은행과 산업은행(대우증권 포함) 등 금융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에 대해서는 시급히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국책은행을 민영화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책은행들은 과거 정책금융 기능이 점점 사라지면서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고 민간 금융기관들과 경쟁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곽 교수는 “다만 론스타 등 해외 투기자본이 금융공기업을 삼킬 수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산업자본 컨소시엄이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놓은 뒤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우리은행,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쌍용건설,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에 대한 민영화 진행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기간산업과 관련된 분야의 민영화는 신중히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조직이 워낙 큰 한전의 경우 세분화해서 일부 기능만을 민영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싱가포르 방식의 민영화도 대안으로 꼽힌다. 국가가 소유하면서 경영만 민영화하는 방식이다. 주무부처가 직접 공기업을 관리하는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는 정부투자기관에 해당하는 테마섹이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공기업들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셋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등 적자가 많은 공기업에 대해서는 섹터별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곽 교수는 “임대주택 등 공적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이들 공기업을 통째로 민영화하긴 어렵지만, 적자를 그대로 방치하기 어려운 만큼 섹터별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기업의 사장, 감사 등에 대한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공기업 사장에 대한 코드인사 연결고리를 해체하고 사장 실적 책임제를 강화하며 임원 선임제도를 개선하는 등 경영효율화와 지배구조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기관운영법 시행 이후 비상임이사로 임명된 95명 가운데 37명이 정치권 또는 관료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