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환초국가 투발루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25.9㎢에 불과한 전 국토가 바다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구원’을 요청하면서 갑자기 환경 문제의 상징으로 유명해졌다. 투발루의 아피사이 이엘레미아 총리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초청으로 지난 8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었다.

이엘레미아 총리는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문제를 야기하고 그 영향은 작은 섬나라들이 받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재정적 수단과 기술 등을 제공해 투발루와 비슷한 상황인 나라들이 바다에 잠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탄소배출량 세계 9위인) 한국이 투발루 해안에 콘크리트 펜스를 설치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가 올해 상위에 랭크된 검색어를 조사한 결과 1위가 재생(recycling)이며 이어 지구 온난화, 지구, 오염 등 환경관련 단어가 톱10에 들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환경이 올해 최고의 화두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2000년 2월28일 영국 BBC방송이 투발루 기상국의 ‘이번 주 높은 파고로 수도가 있는 푸나푸티 섬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경고,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향후 100년간 해수면이 수 십㎝ 상승할 수 있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연구를 묶어 보도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투발루가 이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침몰하는 지구의 상징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해발 4~5m가 고작인 투발루는 과연 바다 속으로 사라질 운명의 국가일까. ‘이상적 환경주의자들의 공허한 주장보다는 진실과 사실만이 환경을 지킨다’고 주장하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비판적 환경주의자’에서 투발루의 속사정을 밝히고 있다.

1978년 독립한 투발루는 1988년 미국에 판 어업권 수입이 국가재정의 대부분이었으나 자국의 국제전화식별번호 900번을 미국의 폰섹스 업자에게 빌려 주고, 인테넷 도메인 주소 ‘닷 티브이(.tv)’를 1998년 미국의 인터넷업체인 아이디얼 랩에 5000만달러에 팔아 막대한 수입을 올리게 된다.

이 돈으로 그동안 연간 2만달러의 분담금이 부담스러워 가입하지 못했던 유엔에도 2000년 9월 가입했고 대형 여객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공항 등 사회 간접자본도 구축했다. 유엔 회원국이 된 투발루는 BBC 보도에 이은 환경운동가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국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국민을 선진국에서 난민으로 받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해수면을 실측한 각종 데이터는 투발루의 수몰위기는 과장임을 나타낸다. 2000년 호주 국립조수(潮水)연구소가 과거 25년간의 남태평양 해수면 변동을 연구한 결과는 연평균 0.8㎜ 상승에 불과하다. 이 연구소가 2002년 발표한 ‘투발루의 해수면 현황’에서는 9년간 연평균 0.9㎜ 상승했고 1998년에는 엘니뇨현상으로 봄에 35㎝나 내려갔다가 11월에야 정상치로 돌아왔다.

또 보고서는 22년간 투발루 지역 해수면 변화는 연평균 0.07㎜ 상승에 그쳐 투발루가 특별히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세실 카바네 등 3명의 프랑스 과학자가 1993~1998년까지 인공위성으로 해수면을 측정해 2001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는 남태평양의 해수면이 1950년대보다 오히려 낮아졌다고 나와 있다.

2002년 3월28일 AFP통신은 투발루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푸나푸티섬의 작은 활주로를 확장하고 주민들은 땔감으로 코코넛나무를 자르고 집을 짓기 위해 모래를 파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산호초 국가가 해안의 모래를 파냈으니 바닷물이 밀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투발루의 진실’은 해수면 상승을 과장해서 아예 전체 국민이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는 선진국으로 이민가겠다는 것이고 여기에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이 가세해 이슈화한 것이다.

환경운동은 지구촌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투발루의 경우처럼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환경운동 자체의 미래를 위해서도 잘못된 길이다.

[[이동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