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의 화두는 단연 기후변화다.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고 대응책을 찾는 데 앞장 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노벨 평화상을 공동수상하는가 하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빙하가 녹아가는 남극을 방문, 지구온난화대책을 촉구했다.

10월25일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이 발표한 ‘제4회 지구환경전망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가져올지 모르는 재앙의 총 정리판이다. UNEP는 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지도자에게 지구환경을 회복하기 위해 환경문제를 ‘정책결정의 핵심’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배출한 온실가스며 1970년부터 2004년까지 배출량이 70% 증가했는데 방치할 경우 2100년까지 기온은 최대 섭씨 6.4도 상승, 해수면은 최대 59m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무시무시한 온난화의 영향을 경고했다. 강수량 증가, 태풍 강도와 홍수 패해 증가, 물 부족 사태와 농작물 수확량 감소는 물론 기온이 1.5~2.5도 상승하면 생물종의 30%가 멸종하며 기온 3.5도 상승 시 상당수가 멸종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전적으로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생긴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만 환경론자들이 ‘공업 세력의 획책’이라고 매도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울 따름이다.

환경론자들의 경고를 ‘지나친 협박’이라고 본 대표적 인물은 비욘 롬보크 덴마크 국립환경연구소장이다. 그는 2001년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통계자료를 통해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원래 환경주의자였던 그는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허구를 폭로한 미국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에 도전했다가 결국 사이먼이 옳았음을 인정하고 총구를 거꾸로 돌린 사람이다(이상돈의 비판적 환경주의자).

사이먼의 결론은 경제가 성장해야 환경이 깨끗해지고 인류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순환과정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많다.

1920년 유고슬라비아 수학자 밀루틴 밀란코비치는 지구의 천문학적 변동이 일사량 변화를 일으켜 빙기와 간빙기가 교대한다고 밝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연구진은 최근 그린랜드 남부의 1931m 두께의 얼음에 구멍을 뚫어 바닥에 주목과 오리나무가 존재했음을 나타내는 80만년에서 45만년 전의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찾아냈다. 이는 곧 그린랜드가 수 십만년 전에는 말 그대로 푸른 곳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자 밀란코비치의 지축변화 이론을 뒷받침하는 발견이다.

심지어 영국 사우스햄튼대 해양연구소는 온난화는 과거 1만년 정도였던 간빙기를 7만년으로 늘려 인류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는 예측을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롬보크는 기후변화를 종말론과 같이 포장하는 것은 정치권력화한 환경단체가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서라고 일축하지만, 마르크시즘이 자본주의를 더 건강하게 발전시켰듯 환경보호론자들이 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비판적 경고 때문에 대체물질이 개발되고 산아제한 등의 대책이 나왔고 이것이 현실을 개선해왔다.

역사이후 인류는 미래를 엿보려 했지만 첨단 관측 장비를 갖춘 지금도 1주일 후의 기상을 정확히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미래는 불확실하다. 지구는 하나고 인류 전체의 운명과 관련된 일에서 단 한번의 실수가 있어도 파국이 초래될 수 있다는 바로 그 점이 세계 각국이 환경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이유다.

인류의 역사는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가며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2007년 미국의 베스트리더 18명중 한 명으로 ‘혼자 춤춰왔던 기업과 환경단체를 함께 춤추게 만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프레드 크룹 환경안보재단 회장을 선정한 것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동윤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