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처음으로 에어쇼가 개최된 것은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지 6년 만인 1909년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같은 해에 에어쇼를 개최했는데, 독일이 7월에 개최, 9월에 개최된 파리보다 두 달 앞선 최초의 에어쇼로 기록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기폭제가 되어 항공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이젠 에어쇼도 20여개국이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미국 오시코시에어쇼와 같이 주로 개인들이 참가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에어쇼는 세계 유수의 항공업체가 참가, 최신예 군용기, 민간 상용 항공기는 물론 다양한 항공기 부품 및 무기체계를 전시하는 군수산업 트레이드쇼나 다름없다. 많은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국가적인 행사로 에어쇼를 개최하는 것도 이같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국도 1996년 10월 서울에어쇼를 처음 개최해 6회째에 이르고 있다.

첨단기술의 결정체인 에어쇼의 최대 볼거리는 특수비행팀의 곡예비행이다. 전세계적으로 40여개의 에어쇼팀이 있는데 최초의 팀은 1931년 프랑스 공군 아모레 대위가 이끌었던 ‘파트후이유 데탕프’다.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으로 오랜 공백기를 거쳤고 1953년에야 현재의 ‘파트루이 드 프랑스’로 재창단하게 된다. 1946년 6월15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크레이그비행장에서 보리스 중령을 비롯한 4명의 조종사로 탄생한 미해군의 ‘블루에인절스’는 창설역사는 두번째지만 현존 최고의 팀으로 꼽힌다. 팀 명칭은 당시 ‘더 뉴요커’라는 잡지 광고에 나오던 고급 나이트클럽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프로펠러기종인 F-6F 헬켓으로 첫 공개비행을 했지만 1969년 곡예팀으로는 처음으로 초음속전폭기 F-4J로 비행하는 기록을 남겼다. 창설 40주년인 1986년부터는 FA18 호닛을 사용하고 있다. 미공군은 별도로 ‘선더버드’라는 특수비행팀을 운영한다. 1953년 5월 창단했으며 현재 11대의 F-16으로 운용되는데 1994년 11월10일 ‘에어쇼 1000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일본은 1960년 5기의 F-86F로 ‘블루임펄스’라는 팀을 창설했다. 영국에는 1964년 창설된 ‘레드 애로즈’팀이 있고 1971년 창단한 캐나다의 ‘스노 버드’는 1974년과 1975년 사상 처음으로 북극권에서 에어쇼를 실시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1년 뒤늦게 특수비행팀을 보유했으나 조종하기 힘든 SU-27이라는 이륙중량 25t짜리 무거운 전투기를 사용, 역사에 비해 명성이 높다.

한국공군은 1953년 10월1일 사천비행장에서 F-51무스탕기 4대로 별다른 교육도 없이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곡예비행을 감행한 것이 특수비행의 효시로 꼽힌다. 이후 공군특수비행팀은 ‘T-33A 쇼플라이트’-‘F-86F 블루 사브르’-‘F-5A 와 RF-5A 블랙이글스’를 거쳐 1994년 A-37B 6대로 구성된 현재의 블랙이글스팀으로 발전했다.

난도 높은 곡예비행을 하다보면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2007년 4월21일 미해군 블루에인절스팀의 케빈 데이비스 소령은 에어쇼 도중 FA 18 호닛과 함께 추락, 사망했다. 2003년 미공군 선더버드 소속 F-16도 급강하 도중 엔진 정지로 추락했으나 조종사는 비상탈출해 무사했다. 러시안 나이츠도 가슴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1995년 에어쇼를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던 SU-27 4대가 공항 관제사의 잘못된 유도로 산중턱에 차례차례 꽂히듯 충돌하는 대형 참사를 겪었다. 블랙이글스도 5월5일 어린이날 행사에서 추락사고로 조종사가 산화했다. 1998년 곡예훈련비행 도중 2대가 충돌해 1대가 추락한 후 2번째 사고였다.

블랙이글스는 제6회 서울에어쇼에서 고별비행을 하고 10월21일자로 해체됐다. 어린이날 사고를 계기로 A-37 기종이 너무 노후됐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이글스는 국산 초음속고등훈련기 T-50으로 기종을 변경해 새로 태어날 예정이란다.

자국산 비행기로 에어쇼를 하는 국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여서 블랙이글스의 진화는 한국이 항공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위상이 변화한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새로운 블랙이글스의 화려한 기동이 선보일 2009 서울에어쇼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동윤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