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여·35)씨 비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19일 변 전 실장을 재소환해 임시 거처로 머물던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 숙박비 대납 의혹 등에 집중 추궁했다.

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김영진 변호사의 흰색 링컨컨티넨탈 승용차를 타고 서부지검에 출석했다.

검찰은 또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스님이 소유하고 있는 울산 울주군 흥덕사에 국가 예산 10억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문화관광부를 압박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실제로 울산 울주군은 지난 5월초 흥덕사를 지원하기 위해 울주군 상북면 양등교 재가설공사 명목으로 1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행정자치부에 신청, 교부를 받았다. 그러나 울주군은 교부세를 받고도 당시 개인사찰인 흥덕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해 미술관 건립 등을 통한 다른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주군 예산담당 관계자는 “지난 5월 윗선으로부터 흥덕사 지원을 위해 교부세를 신청하라는 지시를 받고, 흥덕사는 개인 사찰로 교부세 지원이 불가능해, 흥덕사와 1㎞가량 떨어진 인근 양등교 재가설 명목으로 행자부에 10억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18일부터 뇌물수수혐의로 울산지검에 구속된 엄창섭 군수를 서울서부지검으로 이감해 당시 누구로부터 흥덕사 지원요청을 받았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영배 스님을 소환, 흥덕사에 지난 여름 문화재 복원비 등 명목의 국고 지원이 있었는지와 함께 국고 지원 대가로 신씨에게 돈을 건넸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흥덕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금전 출납 기록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19일 오전 정상명 총장 주재로 신씨 영장기각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고 보강수사를 한뒤 이번 주말쯤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대검 이귀남 중수부장이 밝혔다.

이 중수부장은 “신씨 영장기각으로 이번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했으나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검찰은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논의 중이다”며 “신씨의 돌연 석방으로 어려움이 크지만 사건 의혹 규명을 위해서 추가 압수수색 등 계획대로 수사를 벌여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사 의지를 밝혔다. 한편, 서울서부지법 김정중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18일 “신씨의 업무 방해 등 혐의에 대한 증거가 대부분 확보된데다 미국에서 귀국, 자진 출석한 만큼 도주우려도 높지 않으며, 추가 의혹만 가지고 신씨를 구속할 수는 없어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며 신씨를 석방했다.

장석범, 울산 = 곽시열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