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곽성호기자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여·35)씨 비호 의혹 수사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개인비리 의혹과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의 변 전 실장 재소환 조사 결과에 따라 ‘신정아 위조 학위’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의 각종 비리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대검 중앙수사부로부터 수사진을 지원받고 주요 참고인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정아 비호의혹 = 변 전 실장이 신씨를 비호하면서 직위를 이용해 각계에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이다. 하지만 변 전 실장과 신씨가 비호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데다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된 상황이어서 이를 밝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변 전 실장을 재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관련자 등 외곽지역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 국가예산 10억원을 배정받아 이 중 일부를 신씨에게 준 혐의를 잡고 영배 스님을 소환 조사했다. 또 영배 스님이 소유하고 있는 흥덕사를 압수수색해 사찰의 금전 출납 기록도 확보했다. 지난해 여름 문화재 복원비 등의 명목으로 정부 특별교부금 10억원이 흥덕사에 지원되는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개입한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 불교 신도들의 모임인 ‘청불회’ 회장으로서 변 전 실장이 정부부처에 영향력을 행사, 영배 스님 개인 사찰인 흥덕사에 국고를 지원케 하고, 신씨에게 일종의 ‘리베이트’를 주게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변 전 실장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받게 된다. 검찰은 또 변 전 실장이 흥덕사 외에도 여러 사찰에 국고를 지원토록 영향력을 행사한 후 신씨가 대신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변 전 실장이 동국대 교수 임용 및 광주 비엔날레 감독 선임 압력 행사, 기획예산처 장관실 그림 교체 및 정부부처 그림 구입, 성곡미술관 전시행사 시 기업 후원 압력 행사 등 다양한 형태로 신씨를 비호한 의혹도 검찰이 밝혀내야 할 대상이다.

◆변양균 개인비리 의혹 = 변 전 실장이 머문 레지던스 호텔의 숙박비를 제3의 인물이 대납한 사실이 확인돼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변 전 실장의 추가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무성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변 전 실장이 서울에서 임시로 거주한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 호텔’ 재무팀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변 전 실장의 숙박 결제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은 제3자를 통해 매월 200만원씩(한 달 숙박비 560만원을 할인받음) 12개월치 숙박비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숙박비 대납자와 변 전 실장의 관계 및 대납경위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 중이며, 제3자의 청탁이 개입됐을 경우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숙박비 대납 인물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성곡미술관 등에 후원금을 낸 대기업 간부들, 조계종 총무원 등 불교 관계자 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들이 변 전 실장을 지원·후원한 인사들일 경우 숙박비를 대납한 대신 직무 관련 대가를 제공받았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