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 결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실로 확인되기 직전 신정아씨가 한 언론에 전화를 걸어와 “변 실장 정도가 권력의 배후면(그런 정도의 인물은) 수도 없이 많다”며 변 전 실장과의 관계를 숨기려 했다. 그는 또 이미 사실로 드러난 부분까지 변명에다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등 정서불안 증세를 보였다.

신씨는 변 전 실장의 사표가 수리되기 전날인 지난 9일 오전, 한 일간지와 통화에서 변 전실장은 물론 풍문속의 청와대 관련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신씨는 “성곡미술관 옆 한정식집에 밥 먹으러 왔던 고위직들이 미술관에 들르면 전시 설명해준 적은 많다. 국무조정실 사람들도 다 왔다 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왔다. 이해찬 전 총리도 아프리카 전시할 때 왔기에 내려가서 봤다. 이 총리는 아마 내 얼굴을 기억도 못할 거다”며 미술관을 통한 권력층과의 인연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난 변 실장 잘 모른다. 변 실장은 전시장에 몇번 왔다 갔다”며 관계를 축소시켜 말했다. 또한 그는 “난 정치는 모른다. 청와대 여비서관들과는 알고 지냈다”면서도 청와대나 노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에 신씨가 그림을 넣었다는 소문과 관련해선 “난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본 적도 없다. 평범한 35세 여교수가 무슨 청와대에 그림을 넣느냐”고 관련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신씨가 말한 ‘청와대 여비서관’은 비서관이 아니라 5급 직원이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던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선임과정에서 배후의 도움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외압이 있었으면 서울대에 안가고 동국대에 갔겠느냐”며 “광주는 나도 희생양”이라고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했다. 신씨는 2년전 동국대 교수 임용 무렵 자신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으로부터 개관을 앞둔 서울대미술관의 초대관장 제의를 받았으나 교수직과 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겸임이 가능한 동국대를 택했다고 주장했었다.

문제의 예일대 박사 학위도 그는 “난 분명히 2005년 5월 예일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만달러를 들여 변호사 2명과 사립탐정 3명을 고용해 예일대 박사학위 논문을 도와준 가정교사를 찾고 있다”고 예일대측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가짜박사학위’가 진짜라고 우겼다.

신씨는 또 “내 연봉이 미술관이랑 동국대 합쳐 1억원이 넘는다. 검찰이 우리집 압수수색했다는데 침대 밑에 가득 들어있던 빳빳한 100만원권(만원짜리 100만원 뭉치인 듯) 신권을 보지못했느냐”며 “돈은 미국 계좌로 어머니가 보내준다” “나는 부자다”“내 돈 내가 쓰는 것도 잘못인가”등 정상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했다.

그는 두 달간의 미국생활에 대해 “엄마와도 잘 통화 못한다. e메일은 가끔 열어본다. 이제 검찰이 e메일을 통째로 본다니 그것도 못 한다. …여기서 밖에도 못 나간다. 중국식당에 한 번 갔다가 사진 찍히고 난리 났다. 해 나는 날은 선글라스라도 끼고 다니지만 흐린 날이나 밤에는 그렇게도 못한다. 변호사 만나서 일하는 게 다다. 사람이 무섭다”고 말했다.

지난 7월16일 도미, 미국 체류 2개월째인 신씨는 전화나 e메일을 통해 한국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론 나 하나 사라지면 그뿐이지만 그동안 나를 믿고 후원해준 분들을 생각해 차분하게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엉뚱한 변명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미국내 거주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미술관계 지인들의 도움으로 잠적생활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동철기자 hhand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