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불법 정치파업을 하면 조만간 일자리 걱정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박성준(51)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노동경제학)은 2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미국, 독일 등 자동차선진국을 아무리 살펴봐도 노조가 정치파업을 하는 곳은 아무곳도 없다”며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파업을 하면 당장 뒤처지는데 누가 파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박 위원은 “최근 선진국 노조의 움직임을 분석해보면 기업별 노조가 발달한 일본·미국뿐만 아니라 산별노조가 지배적인 독일에서조차 예외조항을 두는 방법으로 기업별 교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금속노조처럼 산별노조가 나서서 임금이나 근로조건과 관계가 없는 정치파업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도요타자동차가 1950년대에 파업을 했다가 크게 홍역을 치른 뒤부터는 파업을 한 적이 없다.

미국의 경우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 3(상위 3개사)’가 산별노조인 미국자동차항공우주농업기계노동조합(UAW)에 휘둘려 몰락한 뒤 ‘자동차산업의 메카’라는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에서 점점 노조가 없는 남부쪽으로 자동차 공장이 이전하는 추세다. 일부 미국 업체들의 경우 공장을 저임금에 노조가 없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면서 노조없는 공장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산별노조가 주류인 독일의 경우에도 BMW, 벤츠 등 세계 최정상급 자동차메이커가 파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박 위원의 전언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불법파업을 할 경우 현대차 노조 등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격이 될 수도 있다”며 “노조는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고, 특히 울산 시민들은 파업을 저지하겠다고 들고일어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무서운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 정치파업을 강행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는 살 길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다수의 조합원이 반대하는 정치파업을 노조 집행부의 의지만으로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