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안타깝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은 같은 학과에서 함께 공부해서 행복하기만 한 캠퍼스 동기랍니다.”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겪고 있는 장남을 위해 가족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어 가정의 달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대구 북구 고성동에 사는 송희근(53)·홍숙자(여·51)씨 부부와 둘째 아들 주현(21)씨.

이들은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장남 성규(27)씨와 함께 지난 3월 나란히 경북 경산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편입해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2년 전 다른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해 함께 다녔으나 더 많은 공부를 원하는 성규씨의 의견에 따라 올초 편입시험을 같이 치러 합격했다.

어머니 홍씨는 “성규가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하는 데다 시력까지 나빠져 책조차 보기 어려워졌지만 사회복지사의 꿈만은 버리지 않아서 온 가족이 함께 공부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30년 가까이 성규씨의 손발이 돼 온 부모는 생업을 포기하고 아들과 함께 대학생이 됐다. 이에 대학측도 이들 가족에게 특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편입한 대구가톨릭대를 석달째 다니고 있는 송씨 가족의 장남 성규씨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동료 학생들은 “캠퍼스에 도착하면 서로 약속이나 한듯 도와가며 성규씨의 휠체어를 밀면서 강의실까지 이동하고 수업시간에는 강의내용을 일일이 정리해서 성규씨에게 전해준다”며 “이들의 가족애가 캠퍼스 명물이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송씨는 “남들이 보기엔 우리 가족이 힘들어 보이지만 두 아들, 특히 몸은 불편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있는 성규가 있어서 더 없이 행복하고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장남 성규씨는 “홀로 사는 노인에게 매일 안부전화를 하는 부모님을 보고 사랑의 노인복지사가 되기 위해 대학을 택했다”며 “졸업때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배운 내용을 모두 어렵게 사는 노인들을 위해 베풀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산 =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