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은 (협상타결보다) 협상결과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FTA가 타결됐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협상타결에 대한 지나친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김낙중기자

김현종(47) 통상교섭본부장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선 서비스, 지적재산권 보호강화, 투자보호, 금융·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이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집무실에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FTA에 대해 이같이 전망하면서 “그러나 중국과의 FTA는 농산물 문제가 있어 신중히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한·중·일과 아세안이 함께 포함되는 동아시아경제공동체가 필요하다”며 “현재 추진중인 한·중·일 투자협정의 결과가 (경제공동체 형성 여부를 가늠하는) 좋은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 효과에 대해선 “앞으로 미국은 무역촉진권한(TPA)을 갱신하려면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 기간만큼 우리는 (미국시장에 대한)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이 기간중)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고 싶은 나라들은 한국에 투자하게 돼 한국이 FTA의 허브(Hub·중심축)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과정의 고비마다 힘든 점들이 많았을 텐데.

“쌀이 가장 힘들었고 끝까지 이슈가 됐다. 자동차 관세 즉시 철폐와 농산물 세이프가드 도입도 어려운 일이었다. 3월29일 밤 11시쯤 회의하면서 ‘갭이 커 결렬되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때 만나 (서로 입장을) 최종 확인해보며 ‘협상결렬’을 확인했다. 협상가로선 언제든지 협상을 깰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날 새벽 4시에 (미국이) 보다 더 좋은 안을 갖고 왔는데 그것도 부족하다고 얘기했지만 그걸 갖고 계속 협상을 이어가게 됐다. 나흘간 거의 잠을 못 자다시피하며 협상을 계속했다.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도 그랬지만 통상협상의 마지막 1주일은 체력싸움이다.”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완벽한 결과는 아니었고 중간보다 조금 높게 서로 만족스러운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협상결과를 우리가 얼마나 잘 활용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한·미 FTA 했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잘 알 것이다.”

―한·미 FTA가 ‘국내와의 협상’에서는 점수가 후하지 않다.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여러차례 보고를 했고 각 분과별로 브리핑을 여러차례 했다. 설명회나 브리핑 횟수를 통계를 뽑아봐도 꽤 될 것이다. 나름대로 전문가 270여명에게 계속 자문을 했고 FTA체결지원위원회 등도 홍보를 열심히 했다.”

―서비스분야 개방이 미흡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당초엔 서비스가 개방효과를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분야로 기대했었는데.

“다소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부분개방된 것만으로도 우리 경제의 경쟁력 향상에 미치는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교육·의료 서비스, 수도·가스 등은 1차 협상때부터 우리가 못한다고 워낙 강조했기 때문에 미국에 요구하지 않았다. 금융서비스는 외환위기 이후 개방을 많이 해 추가로 할 필요는 없었다. 공공서비스 분야는 앞으로의 FTA협상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한때 반미주의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김본부장이 설득해서 FTA를 지지토록 했다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설득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신년연설 때도 알 수 있듯이 대통령의 개방철학은 확실하다. FTA 추진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대통령이 여러 장관들과 여러차례 토론을 했고 그 결과로 결정을 하신 것이다. 끝장협상때도 ‘FTA가 성사되든 결렬되든 정치적 부담은 내가 안을 것이다. 협상팀은 장사꾼 원리를 가지고 실리를 챙기고 최대한 국익을 얻어내라’고 지시하셨다.”

―협상타결 이후 협상팀에 대한 찬사가 많다.

”협상팀의 열정과 프로다움은 우수하다고 할 만하다. 특히 젊은 사무관들이 우리 20대 때와 달리 캐파(용량)가 워낙 크고 창조력이 있다.”

―한·미 FTA협상을 총지휘했던 당사자로서 추진의미를 설명해달라.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나아가는 단계에서 FTA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미 FTA를 통해 기업들이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아세안도 끝났고 미국과도 끝나고 캐나다도 10차 협상까지 왔고 EU와는 다음달부터 추진한다. 시간이 지나면 중국이 기다리고 있다. 이럴 경우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고 싶은 기업들은 우리에 투자할 것이다. 미국으로 봐선 당분간 FTA를 체결하지 못한다. 의회가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이 끝났는데 갱신하려면 3년은 걸린다. 그 기간에 우리가 선점효과를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FTA허브가 돼서 외국인 투자도 많이 유치하고 일자리도 많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은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문제에 대해 협상초기부터 ‘협상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마지막에 성의를 보인 것 같다. 외교안보적 의의를 평가할 수 있나.

“개성공단은 가장 어려운 이슈였다. 경제통상분야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었지만 다행히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했다.우선 역외가공이란 개념은 서로 합의를 했고. 다만 어느 지역을 언제 어떤 기준으로 지정할 것인지는 유연성을 갖고 협의를 하는 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은 협상초기보다는 유연성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다. (김 본부장은 외교안보적 의미에 대해선 “내 분야가 아니라서 답변할 수 없다”며 양해를 요청했다)

―앞으로 중국과 EU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가 예정돼 있고 앞으로 바빠질 것 같은데 현재의 통상교섭본부 조직이 최선의 조직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통상과 정무가 같이 있는 게 서로 협력해서 일을 추진하는 데 좋다. 예를 들면 여수엑스포는 통상교섭본부 지역통상국이 담당하지만 외교부내에서 정무와 경제가 함께 협력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는 1실 3국 2팀으로 시작해 지금은 2실6국 2팀으로 인원도 2배로 늘었다. 직원들 중엔 외무고시 출신뿐 아니라 미국변호사·변리사·컨설턴트도 있고 건설교통·정보통신·산업자원부 등 각 부처에서도 많이 충원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EU, 중국과의 FTA추진에는 문제가 없나.

“EU와는 농산물이 서로 민감하기 때문에 서로 지켜주면 될 것 같다. EU측도, 우리시장에서 자동차를 더 팔고 싶어하고 우리도 더 수출하고 싶어하고, 우리는 관세가 8%, 그쪽은 10%이기 때문에 소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EU는 우리에겐 가장 큰 투자자다. 중국은 가장 큰 교역상대다. 무역흑자가 하루 1억달러꼴이고 2만개기업 320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과는 서비스, 지적재산권 보호강화 그리고 투자 보호 강화 같은 분야가 더 강한 것 같고 금융서비스, 통신서비스도 그렇고, 공산품에 대한 공동표준을 쓸 수 있다는 게 우리의 관심분야다.”

―중국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10일 한국에 와서 한·중 FTA 이야기를 꺼낼 것 같은데 추진일정은 어떻게 되나.

“지금은 1차 공동연구가 끝난 상태고 협상은 공동연구가 끝난 다음에 한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우 농산물이 민감하기 때문에 농산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추진시기는) 공동연구는 금년말까지 계속 가지 않겠느냐.”

―한·미 FTA타결 이후 일본도 ‘러브콜’을 보내는 것 같은데.

“러브콜은 아니다. 일본과는 농산물 개방안을 56%밖에 가져오지 않아 추진이 중단됐다. 원래 90%이상 가져오기로 했는데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미주는 NAFTA, 유럽도 공동시장이 있는데 아시아에서도 동아시아경제공동체 같은 형태가 필요하다. 한·중·일에 아세안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중·일 투자협정 1차 협상이 끝났는데 좋은 잣대가 될 것이다.”

―국회보고때 농업에서 ‘혁명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후속대책이) FTA타결 이후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농업분야는 복지차원과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보완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농촌을 살린다는 차원에서 경제부총리가 농림부와 함께 대책을 확실히 만들어야겠다. 협상전부터 우리가 강조했고 대통령도 강조했던 내용이다.”

서의동·송길호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