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본부장은 지난 주말 감기몸살을 앓았던 탓인지 표정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고 협상 타결의 감회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김 본부장은 1시간에 걸친 인터뷰 도중 ‘협상 성공’으로 시작되는 질문에 대해선 “잘된 결과라고 하는데 100% 잘된 결과는 아니다. 미흡했던 점도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협상팀에 쏟아지고 있는 찬사가 자칫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극력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한국경제에 새로운 도약대가 될 것이라는 점, 중국·EU와의 FTA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대목에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신상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되도록 말을 아꼈다. 협상초기 한때 그가 군대를 안갔다왔다는 낭설이 돌았을 때 왜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병무청에 가서 기록을 확인해보면 금방 알 일인데 해명할 게 뭐가 있느냐”고 잘랐다.

2005년 11월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때 조지 W 부시-노무현 대통령 회담에 배석했던 김 본부장이 부시 대통령과 고등학교 이야기를 나눈 것이 화제에 오르자 “(신문에) 그런 이야기 나오는거 볼때마다 얼굴이 빨개진다”며 피해갔다. (당시의 이야기는 이렇다. 부시 대통령은 김 본부장에게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죠?”라고 묻자 김 본부장은 “대통령께서 나온 학교보다 더 좋은 곳을 나왔습니다”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동부 명문 앤도버 고교를 나왔고 김 본부장은 같은 지역의 윌브램 맨슨 고교를 졸업했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당신의 통상장관이 내 시험을 통과했다(Your Trade Minister passed my exam)”고 흡족해했다는 것.)

김 본부장이 국회보고에서 한·미 FTA의미를 ‘원교근공(遠交近攻·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한다)’으로 설명한 것을 다시 묻자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위해 멕시코·캐나다쪽, EU와 하기 위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와 협상을 먼저 한 것을 가리킨 말인데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FTA 파트너가 될 중국, 일본 등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