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서 최고의 협상전사(戰士)는 누구였을까.

권오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농업분과장을 지낸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과 금융분과장인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 공동 통신분과장인 남영숙 외교통상부 FTA 제2교섭관과 안성일 정보통신부 통상협상팀장 등 4명을 최고의 협상가로 꼽았다.

배종하 국장은 부시 미 대통령까지 나서 개방압력을 가했던 쇠고기 수입을 관세철폐 기간 15년으로 막아냈고 오렌지 등 민감품목에서 계절관세와 쿼터제 도입 등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월초 8차 협상 때는 미국 협상단에 을지문덕 장군의 한시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의 원문과 영역본을 보내 과도한 공세를 접도록 설득,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 국장은 “미국과의 담판외에 정부부처간 의견조정, 농민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득, 농림부 내부의 설득 등 전선이 서너개쯤 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협상과정에서 ‘배째라’는 소리도 했고, 마지막에는 카드를 던지고 나오기도 하는 등 벼랑끝 전술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신제윤 심의관은 금융분야에서 우리측 핵심요구사항인 단기 세이프가드(경제위기시 해외송금 제한제도)를 관철시켰고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협정 적용제외 등 성과를 거뒀다. 신 심의관은 “정부와 민간, 업계가 구성한 태스크포스 회의를 40차례 열어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연습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신 심의관은 금융정책통으로 국제금융과장, 금융정책과장 등 핵심요직을 거쳤다.

통신분과를 이끌었던 남영숙 교섭관과 안성일 팀장도 통신강국 미국에 맞서 기술선택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 교섭관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근무한 뒤 정보통신부를 거쳐 외교통상부에 합류했다.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의 딸로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학생운동으로 구속됐던 이력을 갖고 있다.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