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A＋학점, 정부의 후속대책은 D학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정부의 후속대책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FTA협상이 14개월에 걸쳐 진행됐음에도 불구, 타결뒤 발표된 대책들이 한·칠레 FTA 등 과거 내놓았던 대책과 달라진 게 없는가 하면 피해규모 산정 등 분석작업도 늦어지면서 업계와 정부간에 피해규모를 놓고 설전이 오가는 형편이다.

◆ 피해대책은 겉핥기 =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한·미 FTA 국내대책은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과 수산업 부분에 대해 피해를 직접 보전해주는 직불금이나 구조조정을 위한 폐업지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뿐 경쟁력 강화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축사시설의 현대화나 축산브랜드 육성, 수산설비 현대화 등을 내세웠으나 이는 그동안 부처별로 추진해오던 방안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또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전직훈련이나 교육·정보제공, 고품질 농수산물로의 전환 등 획기적인 경쟁력 강화방안 등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협상이 14개월여 동안 진행되는 동안 정부가 뭐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FTA협상 자체에 대한 반대시위가 끊임없이 전개되는 등 반발 여론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론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후속대책 마련에도 힘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후속대책 소요재원은 어디서 = 한·칠레 FTA를 계기로 정부가 계획중인 농업·농촌 종합대책의 투·융자 규모는 119조원. 그러나 이 재원에는 한·미 FTA타결에 따른 추가소요 비용은 상정되지 않았다. 한·미 FTA 타결에 따른 농업 피해가 문제되자 정부는 지원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취임직후 “119조원이 한도에 달할 경우 재원을 더 늘리겠다”고 말했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4일 국회에서 “농업분야에서 ‘혁명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가 우려되는 제약업계 등도 지원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대책마련에 소요되는 재원의 조달계획에 대해서는 거론하고 있지 않지만 정부안팎에선 결국 증세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피해액 산정에서도 혼선 극심할 듯 = 제약업계는 FTA타결로 제네릭(복제의약품) 약의 출시가 늦어지면서 5년간 최대 12조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5년간 5000여억원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농업계에서도 축산업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농가가 궤멸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대해 농림부는 “한우의 경쟁력이 충분해 20% 가격하락에 불과할 것”이라고 맞받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업계간에 피해규모 추산이 극과 극으로 치닫는 것을 두고 “정부가 FTA의 피해규모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탓”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