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 이제는 2라운드다.’

한·미 FTA 재협상론이 고개를 들면서 한·미 양국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분쟁절차나 쇠고기 문제의 해결 없이는 FTA 협정에 서명을 거부하겠다는 미국측의 압박에 맞서 한국측은 “재협상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 무역대표부(USTR)는 부활절 휴회가 끝나는 오는 16일 이후 의회의 FTA 추가협상 요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한국측에 통보할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외 공방전 = 미국측의 공세는 표면적으로는 쇠고기 문제와 노동환경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숀 스파이서 미 USTR 대변인은 5일(한국시간) 공식 논평에서 “우리는 쇠고기문제의 해결을 위한 통로가 명백히 마련되지 않으면 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런 바티아 USTR 부대표는 “한국이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재개방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한국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권오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은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측의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른 협상은 찬반 의사만 표시할 수 있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전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의회가 노동분야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그 부분은 아직도 미 행정부와 의회가 합의를 못봤다”며 “우리는 2일 협상을 끝내면서 그 부분에 대해 협상할 생각이 없음을 강하게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재협상 아닌 ‘추가협상’ 가능성 = 일단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정부도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강경파인 랑겔 민주당 하원 세출위원장이 FTA 비준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며 “협정안을 제출해도 처리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미 행정부도 어쩔 수 없다”고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측의 재협상론에 대해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재협상을 주장하는 미 의회도 이미 양국간 합의한 협정문을 수정하는 전면적인 ‘재협상’이라기 보다는 노동조항 등에 부속서를 덧붙이는 형태의 ‘추가 협상’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 문제도 한국측을 압박하기 위한 전방위 공격의 일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미국은 과거 TPA에 의해 FTA를 체결한 후 재협상을 벌인 사례가 없다”며 “노동조항 강화 등을 둘러싸고 이미 체결된 협정문을 보완하기 위한 부속서를 추가 협상을 통해 덧붙이자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인교(경제학부) 인하대 교수는 “노동 분야의 경우 우리가 더욱 강한 규정도 갖고 있는 만큼 미국이 노동 조항 등을 빌미로 추가 협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