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 “한고비를 넘긴 했는데 앞으로 비준의 고비가 또 그렇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국민을 설득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끊임없이 역풍이 불고 또 근거없는 사실도 나올 수 있고 과장되고 왜곡된 그런 사실과 논리에 의한 공세들이 있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한·미FTA에 대한) 진실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FTA에 대한 대국민홍보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2일 밤 한·미FTA 체결 후 발표한 담화에서 이 협정을 제안하고 타결하기까지의 정치적 어려움과 결단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밤 9시50분부터 17분간 전국에 생중계된 담화에서 “FTA는 정치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닌 먹고사는 문제이자 국가경쟁력의 문제”라면서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FTA를 ‘매국행위’라고 비난하거나 미국의 압력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FTA세력을 겨냥한듯 “한·미FTA는 시작단계부터 우리가 먼저 제기하고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어온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뒤 “저 개인으로서는 아무런 정치적 이득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노 대통령이 지난해 1월18일 신년연설에서 한·미FTA협상의지를 밝힌 뒤 한·미양국이 2월2일 워싱턴의 미의회에서 협상개시를 선언, 8차례의 협상과 수석대표간 고위급협상을 거쳐 2일 최종적으로 타결되기까지 노 대통령은 수많은 비판에 시달리며 자신의 정치적 지지층인 진보진영의 지지를 잃었고 여권의 정치적 동지와도 등을 돌려야 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FTA를 추진하며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의 비판을 받아야 했고,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비롯한 진보진영의 비판에도 맞서 논쟁을 벌였다. FTA협상 막바지엔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 천정배 전 원내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결사반대론을 펴는 상태에서도 흔들림없이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한·미FTA를 통한 경제전반의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라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번 협상은 오로지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내린 결단이자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라는 생각으로 노 대통령은 지난 14개월의 풍파를 이겨낸 셈이다.

대통령비서실은 최근 “참여정부는 전략이 아니라 원칙으로 움직이는 정부”라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올렸는데, 노 대통령은 ‘한·미FTA협상=경제선진국’이라는 하나의 원칙을 굳건하게 견지하며 관철해낸 셈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번 협상이 적절하게 지킬 건 지키고 마지막에 큰판이 깨지지 않게 잘 조정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교육 및 의료, 법률 회계 등 고급서비스 시장개방폭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담화에서 “법률 회계 등 부분에 관해서 좀더 과감한 개방을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면서 “그래야 고학력 일자리도 늘릴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서비스분야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교육 의료 시장은 전혀 개방되지 않았고 방송 등 문화산업 분야도 크게 열리지 않았다”면서 “이 역시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