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등 외신은 이번 협상의 의미와 관련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주역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1953년 한·미 군사동맹 체결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미동맹의 새 시대가 열렸다”는 이화여대 최병일 교수의 지적처럼 한·미 외교안보전문가들은 FTA 협상 타결로 한·미 관계가 기존의 군사동맹에서 경제동맹으로 한단계 발전해 상호의존성이 증대하고 정치·군사안보적 유대가 강화되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데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체결이 그동안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합의와 북핵해법등을 둘러싸고 삐꺽거리던 한·미 군사동맹관계를 복원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한·미 FTA가 호혜적인 관계로 진전되지 못할 경우 자칫 우리 사회 일각의 반미 감정을 확산시켜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한·미 FTA 체결은 익히 얘기돼온 대로 군사동맹 차원을 넘어 ‘포괄동맹’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미국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질서 재편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상황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역외 국가인 미국은 앞으로 동북아의 국제정치, 경제질서에 관여하면서 균형추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동북아 평화정착, 협력 강화 과정에서 중국의 대(對) 한반도 영향력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통제할 것이며, 동북아 다자안보·경제 협력에 있어 미국이 적극적 행위자로 나서면서 한국도 미국과 함께 지역 주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미국이 보다 많은 대(對) 한국 투자 및 교역 이익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도 북핵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일 것이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서도록 외교·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한·미 안보동맹이 80년대 후반 미국 - 이스라엘 FTA 모델처럼 지정학적 특수동맹의 길로 접어들게 됐음을 의미한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로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에서 과거의 한·미 안보동맹이 정치, 군사, 경제 분야를 망라한 포괄적 한·미동맹으로 발전할 계기가 마련됐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FTA를 체결한 뒤 이스라엘 국익과 자국의 이익을 동일시했던 것처럼, 한국에 있어서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양태가 강화될 것이다. 또 전작권 전환 등 문제로 흐트러진 한·미 동맹관계가 정치, 경제적 측면으로 보완될 계기가 될 것이다. FTA 체결은 긴밀한 ‘공동위기 관리 체제 구축’을 의미하며 한국과 미국은 최근의 주한미군 재배치 등 군사 변혁과정에서 나타난 안보동맹의 공백을 메워 줄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 수석 연구위원 = 개성공단이 ‘역외 가공지역’이란 조건부 지위를 얻었다. 이를 통한 남북 경제협력은 남북간 교류협력은 물론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평화체제와 21세기 동아시아 질서 재편을 위한 다차원적 시도를 가능케 해 줄 것이다. 2·13합의에서 보듯이 핵위기 등 북한문제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해결책으로는 풀 수 없고, 대(對) 북한 ‘적성’ 또는 ‘경쟁체제’를 협력체제로 바꾸는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바꾸어야 가능할 것이다. 한·미 FTA는 한반도 공동 경제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북·미 관계는 당장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는 섣불리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외교적 침투와 같은 영향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에 적지않은 기여를 할 것이다.

◆박용옥 전 국방차관 = 우선 한·미 FTA 체결은 군사 안보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군사적 측면에서 볼때 한·미가 전작권 전환에 합의해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는 시점이라 대북군사대비 태세의 약화를 불러올 환경에 처해 있다. FTA로 이러한 문제점이 보완될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약화된 군사동맹 관계의 상호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군사 안보협력관계에서 동맹의지를 재확인하는 모멘트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 약화로 그동안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었으나 경제동맹으로 인해 한·미동맹을 더욱 확고히 유지하는 신호로 전환될 수 있다. 염려스러운 것은 국민들이 안도감에 싸여 안보불감증이 커질까 하는 것이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 = 한·미 동맹의 필요성이 군사적인 부문에만 국한됐을 때는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협력관계가 약화될 수도 있는 취약성이 상존했다. 그러나 동맹을 통한 공통이익이 군사적 부문뿐만 아니라 경제적·외교적 부문으로 다양하게 확장될수록 상호의존성이 커질 것이다. 상호의존성 증대는 동맹국에 대한 위협이 곧 자국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안보공약에 대한 신뢰성이 더 커지게 된다. 간단히 말하면 과거 군사적 동맹관계에서는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는 여지가 커졌지만 경제동맹에 의해 호혜적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면 경제적인 실익 못지않은 상호 이익이 존재하게 된다. 동북아에서 맨먼저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미국과의 경제·군사·외교적 협력을 추구하는 국가와 비교해 한국이 선점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 = 이전까지 한·미 관계는 군사동맹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크고 넓은 의미의 경제동맹 차원으로 다원화됐다. 한·미 FTA 체결을 양가의 결혼에 비유하자면, 양가의 결혼이 행복한 결혼이 될지 아니면 축하받지 못한 상처투성이의 결혼이 될지는 양가의 동의를 얻어 서로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헤쳐나가느냐에 있다. 양국간에 맞는 새로운 안보관계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작권 같은 것이 과거에는 양국간 중요의제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마이너 주제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관계 역시 북한이 FTA 체결로 남한이 미국에 종속될 것이라고 비난해왔으나 개성공단 문제가 걸려 있어 북한 역시 FTA를 이분법적으로만 볼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어 좀더 탄력적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정충신·박수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