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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간의 진통 끝에 2일 타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내 산업별로‘대빅뱅’의 막이 올랐음을 뜻한다. 업종별로 긍정과 부정적 영향이 교차하면서 뚜렷한 명암차이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쇠고기(농업)분야를 빅딜로 해 확보한 자동차와 섬유를 필두로, 철강, 섬유, 부품·소재 분야는 대미 수출 증가와 가격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농업분야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일반기계, 의약·바이오를 포함한 정밀화학 등도 수입 증가로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산업별 경쟁력 강화 방안이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자동차와 섬유 수출 긍정 영향 = 한·미 FTA 막판의 최대 변수중의 하나였던 자동차는 관세철폐와 함께 비관세 장벽이 완화되면 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업체들의 대미 판매량은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관세 2.5%가 철폐되면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수입가격이 차종에 따라 200∼250달러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OTRA는 “그만큼의 수입가격 인하분을 딜러숍에 넘겨줄 경우 실제 판매때 소비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줄 수 있게 돼 판매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부품도 미국 완성차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원가절감과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 추세와 맞물려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산업은 관세폐지로 대미 수출 가격경쟁력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1493개 품목중 1031개 품목(69.1%)이 5% 이상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 가운데 564개 품목은 10%이상의 고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유망 품목으로는 내의류, 니트원단, 두꺼운 폴리원단 등이 꼽히고 있다

철강은 미국에 수출되는 대다수 철강 품목이 반덤핑 규제를 받고 있어 비관세 장벽로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탄소강 바트 용접용 연결구 같은 품목의 경우 6.2%의 관세 철폐시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KOTRA는 내다봤다.

◆기계, 정밀화학 등 시계(視界)흐려 = 기계산업은 우리나라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높아 관세 철폐로 수입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컸던 반도체 제조용 기계, 내연기관 및 터빈, 펌프 및 압축기 등의 대미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자원부는 앞서 “수입증가가 예상는 일부 취약품목은 장기양허가 예상된다”면서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을 권고했다.

의약, 화장품·향로, 접착제, 농약 등 정밀화학 등도 미국의 관세율이 낮아 수출 증가는 낮은 대신 수입증가는 커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기계와 금속산업도 우리나라의 관세장벽이 더 높아 수입 증대가 우려된다.

금융·보험업은 미국 업체에 비해 자본규모가 작은 중소서비스업체들이‘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김도훈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앞으로 정부가 산업업종별 협상내용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토론회 등을 열어 반대의견도 수렴해야만 국회 비준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거대 시장인 미국의 빗장이 열렸기 때문에 한국 제품과 업계의 존재를 미국 산업계와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대규모 마케팅에 돌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