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어깨 맞댄 태극기·성조기 2일 오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협상장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앞에 게양된 한·미 양국의 국기가 황사가 물러간 하늘 아래 휘날리고 있다. 김호웅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4개월 간의 협상 끝에 2일 오전 사실상 타결됐다. 한·미 양측은 밤샘협상을 통해 2일 오전 금융·투자 등 분야의 일부 쟁점을 제외한 농업·자동차·섬유 등 핵심쟁점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고 오전 10시30분 현재 최종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역사적인 한·미FTA 협상 타결이 이처럼 공식 발표만 남겨놓음에 따라 조선말 신미양요(1871)와 강화도조약(1876) 등 타의에 의해 이뤄진 ‘제1의 개국’에 이어 ‘제2의 개국’이 본격 시작된 것으로 경제계는 평가하고 있다.

2일 오전 현재 최대쟁점인 농업분야에서 양측은 식용 감자, 식용 대두, 천연꿀, 탈지분유, 전지분유 등 5개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만 부여하고 현행관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또 오렌지는 국내산 유통 기간인 9월부터 2월까지는 현행 50%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되 다른 시기는 계절관세 30%를 7년간 적용한 뒤 철폐하고 저율관세할당 물량을 미국에 연간 2500t 부여하기로 했다.

또 쇠고기는 15년, 사과와 배는 20년,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10년 등 대부분 민감품목이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는 방향으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검역문제도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등급 판정이 나온 후 해결하기로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 쌀은 개방에서 제외하되 대신 미국도 우리측이 공세를 펴온 섬유에 대한 관세를 장기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다.

자동차 분야는 차 부품과 1500~3000㏄ 승용차는 관세 즉시 철폐, 3000㏄초과 승용차는 3년 이내 철폐, 현재 25%인 픽업트럭은 10년간 균등 철폐하기로 합의했으며 상대방이 협정을 위반할 때 관세율을 원상복귀할 수 있는 신속분쟁해결절차(픽업트럭은 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신 우리측은 관세(8%)를 즉시 철폐하고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 세제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자동차 특별소비세를 한·미FTA 발효 후 3년에 걸쳐 인하하기로 했다.

방송 분야에서는 현재 49%로 설정된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체(PP)의 외국인 지분제한은 유지하되 국내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한 간접투자 방식은 허용하고 외국 프로그램 편성쿼터는 현행 법률에 허용된 상한선까지만 확대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양국 협상 대표는 이날 오전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 투자자 - 국가 소송제(ISD) 대상인 간접수용의 범위, 무역구제 등 남은 쟁점의 최종 절충작업을 벌이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곧바로 가서명을 하고 미측 협상단은 이 결과를 2일 오전(미국시간) 의회에 제출하게 된다. 양측은 협정문 초안에 대한 법률 검토작업 등을 벌인 뒤 5월 중순쯤 협정문 초안을 공개하고 6월29일 양국 정상의 본서명을 거쳐 비준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서의동·송길호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