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저개발국, 개발도상국 어느 곳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딧의 기본 이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세계 빈곤 퇴치의 대안으로 떠오른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이 과연 한국과 같은 개발국(Developed country)에서도 적용 가능한 것일까.

지난 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만난 누잔 베굼(여·52) 그라민은행 홍보 책임자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의 현지화에 성공했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기본 이념이 달라지지 않는 한 마이크로크레딧은 어느 나라, 어떤 문화와 환경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1976년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당시부터 함께 일했던 창설 멤버다. 지난 1993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그라민은행은 이제 외부 자금의 유입 없이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사업도 마찬가지다. 인도·베트남·멕시코·코소보 등 전세계에서 펼치고 있는 그라민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딧은 90% 이상의 상환율을 자랑한다. 베굼씨는 “성공의 핵심은 마이크로크레딧의 기본 이념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은행 직원들에 대한 학습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내전이 한창이던 코소보에 처음 마이크로크레딧을 전파해 불과 8년 만에 성공적인 안착을 이룬 것도 그라민은행으로서는 큰 자신감을 갖게 했다.

“문화와 시장여건이 다르다고요? 코소보의 사례에서 우리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현지화를 위한 부단한 노력과 이해가 밑받침되면 어느 나라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딧은 빈곤 퇴치의 돌파구(breakthrough)가 될 수 있습니다.”

베굼씨는 “빈곤은 가난한 이들의 책임이 아니라 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한다”면서 “한국의 경우에도 경제환경에 대한 이해와 연구, 마이크로크레딧 기관 직원들의 학습과 정부의 제도적 개혁이 뒷받침된다면 마이크로크레딧을 통한 양극화 해소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카 =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