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민은행은 어떻게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삶을 바꿔 놓았을까.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농촌 마을 담라이. 안주만 아라(여·45)씨는 올해로 18년째 그라민은행과 거래중인 고객이다. 아라씨가 처음 그라민은행을 알게 됐을 당시 그의 삶은 작은 희망조차 없었다. 일곱살짜리 딸을 남기고 남편은 다른 여자와 떠나버렸고, 그에게는 허물어져 가는 집 한 채 외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그런 그에게 그라민은행은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이웃들의 소개로 그는 그라민은행으로부터 1000타카(미화 15달러)를 빌렸다. 그는 닭 몇 마리와 오리를 샀고 키운 닭과 계란을 팔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지금 아라씨는 새로 지은 집과 소 3마리, 여러 마리의 닭을 가진 부농(富農)이 됐다. 농촌 주민으로서는 드물게 전화와 TV도 갖고 있다. 아라씨는 “지금까지 2만타카가 넘는 돈을 저축했다”며 “올해에는 가스를 들여와 부엌을 고치는 게 꿈”이라며 밝게 웃었다.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방글라데시인들에게 ‘꿈’을 선물한다. 2년전 그라민은행의 고객이 된 아난 라누(여·35)씨도 이제는 지옥과도 같았던 빈곤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라누씨는 그라민은행으로부터 5000타카를 빌려 남편의 양복점을 열었다. 변변한 가게도 없이 양복기술자로 품팔이를 하던 남편은 이제 양복점 주인이 돼 내일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라누씨는 “아라씨가 그라민은행을 소개해 줬다”며 “남편 사업이 잘 되고 있어 언젠가는 아라씨처럼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민은행은 단순히 대출만 해주는 게 아니라 빈민들의 삶의 고민을 상담하는 컨설턴트 역할도 한다. 그라민은행의 지점은 늘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고객들로 넘쳐난다. 무하마드 샤민(31) 그라민은행 홍보담당자는 “어떻게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지, 자녀들의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난한 고객들에게 친절히 알려주고 그들의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라민은행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담라이 =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