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무담보 소액대출제도(마이크로크레딧)의 ‘효시’격인 글래스고갱생펀드(GRF)를 운용한 DSL과 CEiS(DSL의 모회사)를 찾아가는 길을 멀고도 험했다.

지난해 12월14일 CEiS 본사 프로젝트 매니저이며 CEiS 에어셔사무소에서 직접 DSL에 대한 현장감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스티븐 하밀에게 CEiS와 DSL이 입주해있는 본사로 찾아가 인터뷰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굳이 자신이 호텔로 찾아오겠다며 고집을 부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레딧 취재를 위해 글래스고까지 왔는데 이들 기관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인터뷰 다음날인 12월15일 아침, 인터넷에서 찾은 글래스고 시내 지도를 보고 숙소에서 CEiS와 DSL까지 가는 길을 메모한 종이를 들고 길을 나섰다. 대중교통편은 알지도 못했지만, 영국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의 본사가 어떤 곳에 있는지도 궁금해 걸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글래스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클래이드강을 건너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이게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사방이 공장으로 둘러싸인 도로가 가도가도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길거리에 외국인이라고는 혼자 뿐이었고,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스코티시 악센트(방언)’는 거의 해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영국에서 지도를 갖고 길을 찾다가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경험만 믿고 출발한 길이었지만, 1시간 남짓 걸어 도착한 목적지 주변에서도 CEiS와 DSL 건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두어 번 주위를 돈 뒤에야 철망으로 둘러싸인 공장 구획 속의 한 건물에 있는 CEiS와 DSL 로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CEiS와 DSL이 위치한 곳은 글래스고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고밴. 1993년 GRF가 처음 설립돼 마이크로크레딧을 시작할 때 활동대상으로 삼았던 글래스고에서 가장 낙후된 7개 지역중 하나다.

국내 언론에 DSL 현지가 공개되는 것은 문화일보가 처음일 것이다. 영국 마이크로크레딧의 본산 CEiS와 DSL을 찾아가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도 이처럼 먼 길을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래스고(영국)=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