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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4일 스코틀랜드 최고의 패션 거리인 글래스고의 부캐넌 스트리트(Buchanan Street)는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오후 2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저녁처럼 어두컴컴한 데다 굵은 빗방울까지 내리는 모습이 전형적인 스코틀랜드의 겨울 날씨였다.

그때 스코틀랜드 최고의 번화가 한복판에 예술작품처럼 예쁘게 지어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앞 셔터에는 ‘당신 자신의 사업을 생각하고 계십니까?(Thought about your own business?)’ ‘우리가 새롭게 성장하는 사업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한번 알아보세요(Find out how we can help new and growing businesses)’ ‘당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려면 안으로 들어오세요(To get your ideas off the ground call in)’라는 문구가 차례로 올라가고 있었다.

빨간 색, 노란 색, 파란 색 등 원색으로 치장하고 사무실 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린 전구가 반짝이는 이 건물은 미술관이나 전시장소가 아니라 글래스고에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비즈니스 게이트웨이(Business Gateway)’의 현장사무소다.

현장사무소에서 만난 톰 맥라렌 (Tom McLaren) 비즈니스 게이트웨이 창업매니저는 “창업을 상담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건물 설계에서부터 색깔 선택, 사무실 공간배치까지 방문객들이 가장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했다”고 말했다.

글래스고의 부캐넌 스트리트는 주말 평균 방문자가 41만1000명으로 런던의 옥스퍼드 스트리트(46만3000명)에 이어 영국에서 두번째로 꼽는 번화가다. 이런 현장사무소에서 지난해 창업상담을 통해 배출한 기업만 975개에 달한다고 하니 서울 명동이나 압구정동에서 창업과 관련된 변변한 사무소 하나 구경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비즈니스 게이트웨이가 창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춘 사람들의 창업을 도와준다면 1993년에 설립된 GRF(Glasgow Regeneration Fund·글래스고갱생펀드)는 글래스고의 낙후된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 소액대출제도)을 통해 대출을 지원함으로써 창업을 독려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원래 GRF 아이디어는 영국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중 하나인 글래스고의 몇 개 지역을 대상으로 ‘수익성이 있고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나온 것이다. 초기에 GRF에 자금을 지원한 기관은 글래스고발전청(GDA), 스트라스클라이드 지방의회, 글래스고 지역 의회,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보디숍 인터내셔널, BP, 스코티시 홈즈 등이었다. GRF를 운용하는 기관인 DSL(Developing Strathclyde Ltd)도 1993년 설립됐다.

GRF는 2001년 6월 청산될 때까지 372개의 고위험(high risk) 기업에 300만파운드(약 55억원)를 투자, 2126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1000개가 넘는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 GRF는 2004년 ‘DSL 비즈니스 파이낸스(DSL Business Finance)’라는 브랜드로 통합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톰 맥라렌 매니저는 “글래스고에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즈니스 게이트웨이에서 지원을 받지만 낙후된 지역의 저소득층이 창업을 하려고 할 경우 DSL 등의 도움을 받게 된다”며 “비즈니스 게이트웨이와 DSL은 지방정부 및 상업은행 등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창업 희망자들에게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래스고(영국)= 조해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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