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독일 간 한·일 월드컵 축구 결승이 열린 2002년 6월30일. 전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인 축구 변방 부탄의 수도 팀부에서는 아주 의미 있는 ‘A매치’가 열렸다.

바로 ‘세계축구 꼴찌 결정전’이었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2위의 부탄은 203위로 최하위였던 카리브해의 영국령 몬세라트와 맞대결을 벌여 4-0으로 승리했다.

이날 부탄 대표 선수들은 감독 없이 경기에 나섰다. 선수들이 비워놓은 감독의 자리는 부탄 축구 발전을 위해 몸을 돌보지 않다 암으로 사망한 한국인 강병찬 감독의 것이었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도 뛰었고, 코치로도 잠시 일했던 고 강 감독은 2000년 말부터 부탄 대표팀 감독을 맡아 오직 축구 하나로 현지인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 감독은 2001년 초 말기 암 판정을 받고 귀국, 투병생활을 하다 끝내 숨졌다. 부탄이 ‘꼴찌 월드컵’에서 승리하던 날은 고인이 된 강 감독의 49재 때였다. 부탄은 이후 네팔 국가대표팀, 청소년대표팀을 이끌었던 한국인 유기흥 감독을 2004년 영입했다.

한국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려는 부탄은 이제 다시 한국인 지도자를 찾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부탄이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인 지도자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B급 지도자 자격증을 가진 1952년 이후 출생 지도자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오는 31일까지 대한축구협회에 신청서류를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