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아들에게 밥을 안 줘 굶겨죽인 엄마, 실업자인 아들을 혼내다 칼로 찌른 아버지….

최근 일본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가족 내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일본 도쿄(東京)에서는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29세의 여성이 4세짜리 아들을 굶겨죽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아이에게 하루 밥 한그릇과 우유 1잔밖에 주지 않았다는 이 여성은 “하루하루가 살기 힘들고,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것도 피곤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2일에는 가나가와(神奈川) 현에서 63세의 아버지가 실업자인 27세의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다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이 발생했으며 같은 날 도쿄에서도 병환으로 누워 있는 77세의 어머니를 폭행하고 그대로 방치에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45세이 아들이 구속됐다. 그는 조사에서 “생활비도 없고,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에도 도쿄에서 30대 엄마가 중학생 딸을 목졸라 살해한 후 경찰에 신고, “생활비가 없어 딸을 죽이고 같이 죽으려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일본 내 가족간 살인사건의 원인으로 사회 양극화로 인한 빈민층의 경제적 어려움 증가, 고령화 사회에 따른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 젊은 층에 널리 퍼지고 있는 ‘키레야스이(切れやすい·별다른 이유도 없이 정신이 확 돌아버린다는 의미)’ 현상 등을 들고 있다. 특히 부모를 모시는 데 부담을 느낀 자식들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둘만 사는 노부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도 줄을 잇고 있다. 이번 달 초 가나가와현에서는 86세 할머니가 자택 거실에서 90세 남편의 가슴을 예리한 흉기로 찌르고, 비닐 봉지로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했다.

할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서로 귀가 안들려 대화가 잘 안돼 말다툼이 많았으며 이런 남편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도 고베(神戶)시에서 89세의 할아버지가 85세의 아내를 끈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자살을 기도했다.

젊은층에 의한 ‘엽기적인’ 방법의 살인이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일본의 격차사회에 대한 책을 펴낸 저널리스트 하야시 신고는 자신의 책에서 “승자와 패자가 일상화되어버린 일본사회에서 이미 자신을 패자라고 단정지어버린 젊은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광기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희기자 misqu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