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대와 함께 시작된 올 상반기 창업시장은 예상보다 침체된 분위기로 마감됐다. 아이템의 회전주기는 더욱 짧아졌고, 정치·경제적인 불안감이 창업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해 창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들은 많으나 실제 창업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창업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은 하반기 창업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은 하반기 창업시장의 트렌드는 ▲안정적인 매출을 위한 복합화 ▲시간·장소·속도·성별의 4대 파괴현상 ▲웰빙·여성·어린이 관련 아이템 인기 ▲카테고리 킬러·휴테크 상품의 약진 등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소비자들의 기호가 가격이 낮은 상품의 호기심 소비에서 합리적인 가격대로 이동하고, 디자인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소비형태에 걸맞은 아이템과 업종을 선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대 파괴현상 지속 = 시간·장소·속도·성별의 파괴는 남성 대상, 여성 대상 등 한계적인 표적 고객을 갖고 있는 아이템의 고전을 예고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아이템의 복합화가 성공창업의 열쇠인 셈이다. 권리금과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1층 점포를 피할 수 있는 아이템이 각광받을 전망이다.
또 24시간 영업을 통한 시간파괴 점포,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한 점포 등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 정도의 가격, 이 정도의 맛이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창업시장의 필패전략이라는 점에서 ‘정도’의 파괴도 이뤄질 전망이다.
◆뉴럭셔리 표방한 웰빙 = 올 하반기에도 웰빙을 반영하지 않는 아이템은 창업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외식업종은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유산균 소스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특색 없는 웰빙은 성공창업을 보장하기 힘들다.
해물퓨전포차인 ‘조치조치(www.jochijochi.co.kr)’는 해산물 중심의 메뉴에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3국의 전통 주류 문화를 담은 컨셉트를 선보여 예비창업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쇠고기 전문점의 웰빙화를 표방하고 나선 와돈의 ‘우쌈(www.woossam.co.kr)’은 1등급 유기농 야채와 살균, 콜레스테롤 절감 효과가 있는 천연소스로 고객만족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청소대행업, 피부관리전문점 등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여성 창업 열기 지속 = 1가정 1자녀가 보편화되는 시점에서 아이들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점은 어린이 교육, 아동복 전문점 등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남편 가장의 명예퇴직과 실직에 대한 두려움도 여성창업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유아전문 도서판매와 교육업이 복합된 ‘키즈킹콩(www.kidskingkong.co.kr)’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은 이를 반영한다. 키즈킹콩은 유아서적전문출판사인 한국삐아제가 발행하는 유아도서 판매는 물론, 체험학습 등을 할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피부관리 전문점 역시 여성창업의 유망 아이템이다. ‘피부천사(www.skinangels.co.kr)’는 4000원부터 6만원대로 서비스와 고객을 다양화해 선택폭을 넓혔다. 고객들의 피부상태에 따라 1대1 맞춤 케어서비스도 제공한다. 크로스섹슈얼 트렌드에 맞게 남성전용실을 별도로 마련한 점도 요즘 피부관리점의 추세를 반영한다.
◆경기불황에 따라 ‘CSR’ 인기 = 소비심리 침체는 업종 형태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의 예비창업자들은 안정성에 기초한 창업을 중시하는 추세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매출 유지가 가능한 아이템들이 하반기 창업시장에서도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
상품 분야별로 전문매장을 특화해 고객들에게 고르는 재미를 주는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매장이 하반기 창업시장을 이끌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넥타이, 셔츠, 속옷, 양말 등 기존의 상품에 새로운 상품이나 기능을 부가한 복합형 스마트(Smart)업종의 전망도 밝다. 폐업이나 업종을 변경하는 점포가 증가하면서 점포 리모델링(Remodeling)도 하반기 창업시장의 주된 경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김상훈기자 s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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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없이 길 터준 경호처… 대부분 지휘부 명령거부 대기동 머물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진 15일 대통령 경호처 직원 대부분은 수사 인력을 저지하라는 지휘부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일에 걸친 경찰의 지휘부 무력화 작전으로 인한 내부 동요, 절차에 따른 사법 집행을 지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한 점, 향후 경찰 수사에 대한 경호원들의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경호처 소속 다수 경호원은 이날 대기동에 머물며 경찰의 관저 진입 시도를 사실상 수수방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경찰이 1, 2차 저지선인 경호처 차벽을 사다리로 통과하는 데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후 2, 3차 저지선에서도 경호원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양측의 물리적 충돌도 없었다고 한다. 경호처는 전날 지휘부의 입장을 받아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기존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선 경호원들은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1차 집행 때와 다르게 집행을 적극적으로 막는 인원이나 경호처 직원들은 없었던 상황”이라며 “물리적 충돌도 오늘은 사실상 없었다”고 했다.법조계에서는 2차 체포영장 집행 전 경찰의 경호처 지휘부 압박 작전이 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1차 집행을 방해했던 경호처 관계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무더기로 입건했다. 이후 박종준 전 경호처장 등 지휘부에 대해 차례로 소환통보를 했다. 박 전 처장 사퇴 이후 직무대행으로 경호처를 이끄는 김성훈 차장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부장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체포를 막으려는 경호처의 조직적 움직임을 약화하기 위한 전략을 쓴 것”이라며 “지휘부 붕괴에 이어 내부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동시에 공수처와 경찰은 경호처와 국방부에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경고 공문을 보내고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하겠다는 유화책도 썼다. 공수처가 1차 집행 실패 후 체포영장 유효기간을 기존 7일에서 대폭 연장한 점도 경호원들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계속 영장 집행을 저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란 점을 현장 경호원들이 인식하지 않았겠냐”라며 “향후 경찰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형사 처벌 시 연금 수령 등이 어려운 점 등도 고민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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