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운명이 걸린 24일(한국시간) 스위스전을 앞두고, 시민들도 비록 경기장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열띤 응원전으로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돕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장마가 시작돼 빗속 응원전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경기 시간대에는 비올 확률이 낮은 것으로 발표돼 최대 규모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리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열혈 축구팬들은 “장맛비 정도로 응원 열정을 꺾을 수 없다”며 무조건 거리로 달려나갈 태세다. 그래도 비가 걱정되는 ‘신중파’들은 완벽히 비를 피할 수 있는 극장이나, 대규모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서울시청 주변 호텔에 일찌감치 예약을 마쳤다.

◆열혈파, 거리로 거리로 = 취업에 성공한 후 첫 출근을 앞두고 잠시 쉬고 있는 김민일(28)씨는 날씨와 상관 없이 시청 앞으로 달려갈 계획이다. 빗방울쯤은 응원 열기로 말려버릴 수 있다는 것. 김씨는 “이번 응원전이 마음 편히 응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절대 놓칠 수 없다”며 “비가 오든 안 오든 친구들과 함께 시청 앞 광장으로 나가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특히 24일은 학교와 공공기관이 휴무하는 일명 ‘놀토(노는 토요일)’이어서 최대 응원인파가 운집하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경찰은 서울광장과 세종로 일대에 25만명 등 전국에서 100만여명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하게 실내응원 = 회사원 이정인(29)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CGV 용산을 찾을 생각이다. 이씨는 “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해서 CGV표를 준비해뒀다”며 “비가 와도 안전한 만큼 마음껏 편하게 응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처럼 날씨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실내응원을 택한다. CGV 목동은 고객 안전을 위해 빼놓은 관람석 첫줄과 두번째 줄을 제외하고 응원이벤트 응모가 진작 만료됐다. 메가박스의 스위스전 관람 이벤트 경쟁률은 코엑스점이 123.7대 1에 달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이벤트에 당첨되지 못한 분들이 ‘따로 돈을 내고라도 볼 수는 없느냐’고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시청 주변 호텔도 예약이 꽉 찼다. 서울프라자호텔은 시청방향 객실 80개가 지난주에 이미 예약완료됐다. 호텔 관계자는 “현재 만실임에도 혹시 취소되는 방을 달라며 대기자명단에 넣어달라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전체 453개 방 중 85%가 찼고, 시청이 보이는 방 151개는 지난 19일 프랑스전 이후 한꺼번에 예약이 몰려 곧바로 만실이 됐고, 프레지던트호텔도 시청방향 28개 객실이 다 예약됐다.

◆응원도 휴가처럼 = 주말을 이용해 아예 야유회나 휴가처럼 월드컵 응원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한화리조트 관계자는 “23일 콘도 예약률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90%를 넘었다”며 “금요일 평균 예약률 82~83%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토고전과 프랑스전 때 스크린 중계가 이뤄졌던 서울 난지캠핑장에도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캠핑장 관계자는 “주초 장마예보로 인해 스크린을 설치하겠다던 방송사가 계획을 취소한 상태지만, 예약문의 전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음성원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