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5월이다. 연인의 사랑이, 친구와의 우정이, 어린이들의 희망이, 가족의 화목함이 더 돈독해지고 깊어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5월은 곧 얇아지는 지갑으로 계절을 체감하는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 그런 서민에게 영웅의 꿈을 심어주는 만화가 있으니, 바로 성실하게 하루를 살던 대한민국 대표 가장 정의봉이 시민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 활약을 보여주는 ‘시민쾌걸’(김진태 작·사진)이다.

대기업 명예퇴직 후 비디오대여점을 시작한 정의봉은 어느 날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쾌걸 조로 국제연맹 한국지구’와 연결되고 곧 한국지부 요원이 된다. 평소에는 비디오 가게 사장이었다가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사람이나 사회질서를 함부로 어지럽히는 자를 만나면 그들을 엄중히 처단하는 영웅 쾌걸로 순간변신을 하는 것이다.

각종 필살기로 사회악을 물리치려고 고군분투하는 쾌걸 조로지만 사실 그 과정은 엉뚱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다. ‘특단’을 쓰면 사방에서 빛이 번쩍이기 때문에 전기료가 많이 나와 고민한다든지, ‘쾌걸 조로 변신 세트’가 부담돼 가장 싼 걸로 이용해볼까 걱정하는 정의봉은 회사에서 밀려나 힘겹게 가족을 부양해가면서 자질구레한 돈 걱정을 달고 사는 평범하다 못해 초라한 시민일 뿐이다.

그러나 정의봉이나 이웃한 사람들, 기밀단체 막국수, 사악한 배드 맨, 조만장자 마이더스, 고독한 조폭 황가두 등의 인물군상이 벌이는 코믹한 에피소드의 웃음 뒤에 있는 더 큰 의미는 칼날처럼 예리한 세태풍자다. 날을 세운 가운데, 오늘을 사는 서민의 살아있는 이야기인데다가 우습게 뒤틀어놓았기에 더 속시원한 웃음을 주는 것이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못 말리는 인물들이라 해도 모두 하루하루 오늘을 사는 우리 모습이기에 더욱 정이 가고 또 이들을 통해 웃음과 공감의 에너지를 얻게 마련 아닌가. 고로 다시 걷고 뛰면서 내일을 바라보자는 말로 끝을 맺으며, 지금까지 만화가게를 아껴주신 모든 독자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끝〉 만화스토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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