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만큼이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이효정.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분해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는 십수년 전 영화 ‘발바리의 추억’의 히어로였다. 만화 속에서 뛰쳐나온 듯 발바리의 모습을 재현했던 그는 만화만큼이나 인기가 높았던 청춘스타였다. 물론 그런 스타 탄생의 이면에는 스포츠신문의 인기 만화 ‘발바리의 추억’(애니북스·사진)이 있었다. 지금 3040세대들이면 익숙하게 떠올릴 이 만화는 나름대로 조숙(?)했던 필자가 중학교 다닐 때 무척 즐겨 봤던 만화다.

‘발바리의 추억’의 주인공 김달호는 트레이드마크처럼 늘 입고 다녔던 얼룩말무늬의 티셔츠에 더벅머리의 대학생이다. 공부와도 담을 쌓고 지내고 그렇다고 당시를 풍미했던 사상이니 시국이니 하는 것도 시답잖게 여기는 학생이다. 대신 발정 난 강아지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예쁜 여자 꽁무니 쫓기에 바쁘고 여자만 만났다 하면 어떻게 하면 어두운 데로 데려갈까(?) 궁리하는 못말리는 남자. 그렇게 잘 생기지도 매력이 넘치지도 않지만 또 어떻게든 여자가 잘 꼬인다. 같은 과 여학생부터 어쩌다 길에서 만난 여자, 다방 여종업원, 마담 등 수많은 여자들과 만나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치지만 달호의 궁극적 목적인 모텔행(?)에는 매번 성공한다.

물론 그녀들이 번번이 처절한 상처만 남기고 떠나가긴 하지만. 촐싹대고 엉큼한 철부지지만 마음 한 구석은 모질지 못해 휘둘리던 발바리 김달호의 속사포 같은 수다에 참 많은 사람이 공감했었다. 한 시대를 휘어잡으며 지금의 ‘메가쇼킹’이나 ‘강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사실 사람들이 굳건한 이성과 고매한 사상으로 무장한 지성인인 척 근엄한 표정을 지어도 미끈한 이성이 몸매를 드러내면 눈동자가 돌아가기 마련이다. 요즘엔 그런 게 훨씬 개방적이긴 하지만. 더욱이 요즘은 민족과 국가, 사상, 정치와 국제정세 같은 산재된 문제가 무색할 만큼 날씨가 화창하다.

만화스토리작가 klavend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