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독도문제로 흥분하는 동안 일본인은 꾸준히 대응논리를 준비한다.”

최근 귀화한 호소카 유지 세종대교수의 말이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두고 차분히 입장정리를 하는 동안 한국은 누가 친일이고 반일인지부터 살피고 감정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여러모로 우리와 다르다. 일본식 괴담 요매변성야화(妖魅變成夜話·오카노 레이코 지음·사진)를 보면 짙은 일본식 정서가 읽힌다. 일본 전통화법인 ‘우키요에’기법을 도입한 이 만화작가 오카노 레이코는 전작 ‘음양사’에서도 그런 귀신 이야기를 선보인 적이 있다.

요매변성야화에서는 한층 세련된 감각으로 동양정서가 물씬한 요괴담을 그렸다. 그 배경은 귀신과 사람이 공존했다던 고대 중국. 선비 이성담은 과거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공자와 논어를 공부한 학자답게 요괴와 신선을 무시하며 점잔을 빼는 성담이지만 어쩐 일인지 가는 곳마다 귀신과 엮인다. 미녀로 변한 귀신이 유혹하질 않나, 선녀가 결혼하자고 쫓아다니질 않나, 심지어 미소년으로 둔갑한 여우와 하룻밤을 보내기까지 한다.

거기다 이성담이 과거에 붙어 맡은 일은 요괴와 신선을 찾아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다. 사실 심성도 약하고 겁도 많은데다 둔하기까지 한 성담은 미칠 지경이지만 부서장 용옥 장군은 도무지 성담을 편히 놔두질 않고 가는 곳 마다 만나는 요물과 귀신은 성담의 혼을 쏙 빼놓기 일쑤다.

붓의 농담을 살린 섬세한 화풍이 압권이다. 진지함에 유쾌함이 어우러진 이야기의 묘미도 일품이다. 만화로 보건대 만화나 고전 속에 등장하는 일본 귀신은 속내를 감추고 사람에게 접근해 원하는 것을 감쪽같이 가져가는 실리적(?)인 면이 있다. 중국 귀신이 다 퍼주는 척하다 두고두고 사람을 우려먹는다면 한국귀신은 실리적이지도 야심적이지도 못하고 밤마다 고을 사또에게 눈물로 하소연한다. 한·중·일 3국의 공통된 정서는 이처럼 귀신들의 유형부터 같으면서도 다르다. 만화스토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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