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쓴 일본역사 비판

역사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는 일본을 보면 섬뜩하다. 그들의 국민적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생긴다. 이를 제법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만화가 일본의 양심적인 작가가 만든 ‘천황을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가리야 데쓰 글, 슈가 사토 그림·세계인·사진)라는 만화다.

이 만화는 일본의 ‘천황제’가 가진 허구와 폭력성을 전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도토대학 축구부 주장 스미카와는 학교 조례에서 기미가요(일본 국가)와 히노마루(일본 국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축구부에서 제명당한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스미카와는 이 학교 이사장 오카하라 슈조를 만나는데, 천황제의 광기를 몸소 체험한 그로부터 일본의 감춰진 역사를 상세히 전해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슈조는 천황을 신격화하고 권위를 부여했던 것은 메이지유신 정권이 권력을 잡기 위해 선택한 정책 수단이자 집단세뇌였다고 설명한다.

“바다에 가면 물에 잠긴 시체들, 산에 가면 풀섶에 묻힌 시체들 우리 님 가까이서 죽고 싶구나”하는 일본 장가(長歌)는 천황에 대한 충성으로 전쟁을 정당화하면서 죽어도 좋다는 피학적 정서를 심어준다.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도, 폐쇄적이고 가학적인 데가 있는 일본 문화도 이 천황제가 심어준 정서 탓이며, 장기불황을 낳은 거품경제도 종속적이고 경직된 천황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 탓이라고 설명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자민당의 한 의원이 ‘돈을 받고 그랬지 않느냐’고 모욕했던 것도 천황제 정서의 한 측면이다.

놀라운 것은, 일본 헌법 제 1조에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萬歲一系)의 천황이 통치한다’라고 천황제를 명시한 것은, 종전후 일본의 통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미국 맥아더 사령부의 의중이 숨어 있으며 그들이 이 조항을 1주일 만에 급조해 일본에 넘겨줬다는 것. 일본의 독도에 대한 집착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최근의 보도는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만화스토리작가 klavend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