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모여 서서 꽃다발 들고 사진을 찍는 입학식 풍경은 익숙하다. 그러나 그 사진 속에서 미소 짓는 부모들은 십 몇 년을 학비에 사교육비, 등록금에 입학금으로 허리가 휜다. 경기 회복의 징후들도 여전히 남의 이야기인 지금, 가난을 운명처럼 지고 살아가지만 그것 또한 매력 덩어리인 한 남학생을 소개한다. 바로 ‘타로이야기’(모리나가 아이 지음·대원)의 타로가 그 주인공.

타로는 우선 눈에 띄는 미남에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교우관계도 성격도 좋다. 귀한 집 자제라고 누구도 의심치 않지만 사실 타로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 생활력 제로인 엄마와 여섯 명이나 되는 동생을 돌보느라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10원을 비웃는 자 10원에 운다’는 생활신조를 바탕으로 길에 버려진 동전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쓸만한 물건을 버려본 적 없다.

식솔들 먹여 살리느라 돈 되는 일에는 눈에 불을 켠다. 가정부, 수리공, 서빙, 바느질까지 안 해본 일이 없는 타로. 밸런타인데이나 운동회처럼 공짜로 먹을 일이 생기는 날이면 온 가족을 총동원해 먹을거리 마련에 전가족이 나선다. 처녀처럼 아름다운 엄마와 동생들의 재롱에 타로네는 늘 행복하지만, 그 행복 뒤에는 여덟 식구 생활비와 동생들 학비마련에 허리가 휘는 타로가 있다.

부잣집 친구의 도움으로 근근이 먹고 살아가던 타로네 집에, 어느 날 엄마보다 더 철없는 아빠가 긴 여행중 잠시 집에 들렀다 떠난다. 생활력은 없고 정력만(?) 좋은 아빠가 다녀간 얼마 후 엄마의 뱃속에는 여덟 번째 동생이 들어서고 만다. 참으로 궁상맞은 타로네 집 식구이지만 이야기에 흐르는 코드는 진짜 참을 수 없게 웃기는 코믹함과 ‘건강성’이다.

만화 속 캐릭터지만 타로는 실로 외모와 매너, 생활력까지 갖춘 완벽한 남자다. 타로에게 있어 가난은 불행인 동시에 축복이기도 하다. 게다가 가난과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독자들은 또 마음껏 웃으며 즐거워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만화스토리작가 klavend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