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많은 한국 사람들은 미국이나 미국인, 미국 유학생, 미국 교포 등에게 막연한 동경 내지는 부러움을 애써 감추고 있다. 알고 보면 별 것 아님에도 그렇다. 그렇다면 실제 미국교포의 입장은 어떨까. 데릭커크 김은 8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교포 만화가다. 데뷔작 ‘다르면서 같은’(길찾기·사진)으로 아이즈너 상, 하베이 상을 수상하면서 각종 저널과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얼까. 필자의 설명은 이렇다. 다른 점은, 한국에서는 교포라고 은근히 우러러 보는 존재지만 미국서는 유색인종 대접을 받는다는 점. 같은 점은 그들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냥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친구들과 오리엔탈 레스토랑을 찾은 사이먼은 우연히 창 밖으로 고등학교 동창이 지나가는 것을 본다. 고교 때 전학온 아이린은 시각장애인. 그녀에게 친절을 베풀고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한 어느 날, 아이린은 댄스파티에 같이 가자고 말하지만 사이먼은 갑자기 부담감을 느낀다. 그저 그런 변명을 둘러댄 후 아이린과의 관계는 서먹해진다. 얼마 후 아이린을 만난 사이먼은 곧 결혼한다는 아이린의 말에,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자신을 돌아본다. 말하자면 이 책은 그들의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사이먼의 친절에 감사했던 아이린이나 사이먼을 중국 사람으로 오해한 다른 친구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 점을 의식하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사이먼 자신이었던 것. 물론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미성숙의 이유는 아니다. 사실 사이먼, 아니 데릭은 데뷔작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저력 있는 만화가니까. 또 하나, 자전적 스토리를 편안하게 풀어가면서 끈질기게 의식의 밑바닥까지 헤집는 열정, 수록 단편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비판적 메시지가 비슷한 다른 만화들과는 분명히 다른 이 만화만의 차별점이다.

만화 스토리작가 klavend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