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순정만화 팬들 사이의 가장 큰 화제작은 니노미야 토모코의 ‘노다마 칸타빌레’다. 만화 역사상 가장 엽기적인 여주인공을 내세워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만화는 어떤 평범한 소재도 비범한 작가의 손에 들어가면 새로운 형식으로 되살아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늘 소개하려는 만화 ‘그린(Green)’(학산문화사에서 4권으로 완결·사진)은 같은 작가의 전작으로 ‘이 만화가가 언젠가 사고칠 것’을 예견케 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린’은 농촌을 소재로 한 순정만화다. 부제는 ‘농촌총각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농업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요즘, 이 무슨 장난같은 만화냐고? 농촌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라니 ‘소나기’ 정도의 달콤한 스토리 아니겠냐고? 속단하지 말라. 이 만화는 그야말로 농촌의 흙냄새가 가득 밴 본격 농사꾼 이야기다.

도쿄에서 조리학원에 다니는 와코는 시골에 캠핑을 갔다가 ‘킹카’ 농촌총각 마코토를 만난다. 마코토에게 반해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와 농사일을 거드는 와코. 의과대학에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농촌으로 내려온 마코토는 채소를 경작하는 일에 흥미를 느껴 농촌에 눌러앉기로 결심한 농촌총각이다.

마코토와 결혼하겠다는 결심으로 농사일을 시작한 와코가 벌이는 좌충우돌 실수담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남자친구에게 “나랑 흙이랑 누가 더 좋아?”라고 물으며 사랑을 확인하고 “자기는 나보다 진딧물에 더 관심이 있는거지?”라고 훌쩍이던 와코는 차츰 일할 때 신으라고 선물받은 장화에 감격하고 모종을 뿌리고 밭을 매는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농사일이 내 적성에 잘 맞음’을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

실제로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다는 작가의 충실한 사전조사 덕에 잘익은 호박 고르는 법, 포도 해충 방지법 등 농업에 대한 갖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다.보너스로 선사하는 본인의 밭농사 이야기도 재미있다. 역시 개인의 느낌과 경험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 이영희기자 misquick@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