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스포츠 만화 중 최고의 작품을 고르는 것은 분명 취향의 문제다. 개인적으로 최근 계속 발행되고 있는 스포츠 만화 중 최고는 라가와 마리모의 테니스 만화 ‘저스트 고고’(대원에서 14권까지 발행·사진)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구성은 여타 스포츠 만화와 다르지 않다. 모든 스포츠에 능한 천재소년 주인공이 한 소녀에게 반해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후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다는 이야기. 소년이 입학한 학교는 물론 테니스로는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무명 학교다.

그러나 이 만화가 남다른 이유는 천재소년 이데 외에 또다른 주인공 타키다 루이 때문이다. 타키다는 어린 시절부터 테니스를 배웠고 이미 주니어 무대에서 그 재능을 인정받은 기대주였지만 중요한 경기때마다 승부에 대한 강한 집착은커녕 곧잘 멍해지고 힘이 빠지는 경험을 한다.

스포츠맨의 뜨거운 피가 부족하다고나 할까. 이런 이유로 테니스를 포기하고 평범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라켓을 잡게 되고 여기서 열혈 스포츠맨인 이데와 만나 차츰 승부를 즐기는 즐거움을 배운다. 대체로 단순무식한 캐릭터들이 판치는 스포츠 만화에서 타키다라는 인물의 복잡다단한 성격은 무척 독특하고도 매력적이다.

또 하나, 이미 명작 ‘슬램덩크’에서도 입증된 사실이지만 스포츠 만화의 성패는 주인공과 맞붙는 라이벌의 캐릭터가 얼마나 빛나느냐에 달려있다.

라이벌이 시종일관 야비하고 속임수를 일삼는 악당같은 캐릭터라면 이야기는 단순해지고 긴장도 반감되기 마련. ‘저스트 고고’에서 주인공과 만나는 모든 선수들은 제각기 독특한 개성과 사연을 갖고 있다. 작가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등장인물들의 개인사를 적절히 삽입해 이들의 경쟁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더구나 ‘아기와 나’ ‘뉴욕뉴욕’ 등 여성취향의 만화를 그려온 여성 작가여서인지 복식팀의 미묘한 동성애적 관계라든지, 등장인물들의 아기자기한 연애감정을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저스트 고고’는 여러가지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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