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감이 있지만 무더운 여름밤에 읽을만한 납량만화 한편을 소개하려 한다. 아키노 마쓰리의 ‘펫숍 오브 호러스’(서울문화사에서 10권으로 완결·사진)는 피와 살이 튀는 자극적인 공포는 없지만 조용한 이야기속에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무엇을 담고 있는 훌륭한 공포만화다.

미국 대도심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평범치 않은 한 ‘펫숍’이 이야기의 배경. 이 곳의 주인은 비밀스런 눈빛을 지닌 동양인 D백작으로 펫숍을 찾아온 손님들의 마음을 읽고 그에게 적합한 애완동물을 찾아주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대부호의 딸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외로워하는 소녀 안젤리카가 어느날 이 펫숍을 찾아온다.

D백작이 그녀에게 권해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극락조. D백작은 이 새를 건네주며 다음과 같은 단서를 붙인다. ‘이 새를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말것.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일어나는 일은 펫숍에서 책임지지 않음.’

그러나 인간의 과도한 호기심은 화를 부르는 법. 안젤리카를 비롯, D백작의 펫숍에서 동물을 사간 사람들은 다들 이런 금기사항을 지키지 못해 변을 당하고 만다. 금기가 깨지는 순간 그들이 그토록 아끼던 애완동물은 악마로 돌변하고 이 펫숍의 손님들에게는 알수없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많은 미스터리 사건들이 이 펫숍과 관련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레옹 형사는 D백작의 주위를 맴돌며 그를 관찰한다.

이 가게에서 동물을 산 사람들에게 애완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자신에게 결핍된 그 무엇이다. 딸을 잃고 슬퍼하던 엄마 아빠에게는 강아지가 딸의 모습으로 보이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버림받은 남자의 고양이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동물에게 과도한 사랑과 정성을 베풀다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고 만다. 그림이 다소 서툰 것이 흠이지만 작은 이야기들 속에 인간의 약한 내면과 추악한 욕망을 담아내는 작가의 능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의미있는 공포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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