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드라마 ‘야인시대’를 시청하는 네티즌들의 시선이 날카로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야인시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옥에 티’ 찾기가 전문가 수준을 넘기 때문이다. ‘옥에 티’라면 완벽한 것에 조그마한 흠이 있는 걸 의미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결정적 흠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6회 방송에서 왕발(이재포)의 권총 사격 장면을 보고 어느 네티즌은 ‘엄청난 옥에 티’라며 전문가적 시각을 자랑했다. 왕발이 구경 7㎜의 소형 권총으로 표적인 병목을 난사하는 장면에서 “당시 권총은 반동이 작지 않아서 팔을 쭉 벌리고 쏘면 손목에 부상이 많았다”면서 “왕발은 무쇠 인간인가?”라고 꼬집었다. “일제시대에 자동사격이나 자동장전이 되는 총이 있을 리 없다”는 네티즌의 지적은 총기류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주장이다.

하야시(이창훈) 패거리로 나오는 이상인 옆에 보이는 아파트 배경장면, 구마적이 김두한과 결투를 벌이기 위해 걸어 나올 때 입에 문 긴 담배가 몇 발자국 건너는 사이 눈에 띄게 짧아진 장면, 전차 번호가 한결같이 529호밖에 없느냐는 지적 등은 ‘옥에 티’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왕발이 극중에서 사용한 총은 신형 권총으로 고증의 실수로 보인다. ‘야인시대’가 시대물이라 의상, 소품, 세트 담당들이 고증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간혹 이처럼 실수가 일어나는 것 같다.

충무로에서 만난 영화연구가 정종화씨는 김두한의 활동거점인 서울 종로 관철동의 극장 우미관에 관심이 많았다. “옥에 티를 뜯어보고 싶어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미관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해서예요. 극장 간판을 보면 ‘성황당(城隍堂)’이 나오죠. 그런데 영화 ‘성황당’은 우미관에서 상영되지 않았어요. 그 영화는 1939년 ‘약초극장’(나중에 ‘수도극장’, ‘스카라’로 바뀜)에서 개봉된 작품이에요.”

당시 개봉 영화 상영기간은 보통 5일이고 길어야 1주일 정도였다는 것이다. 정비석 원작에 전택이·현순영이 주연한 ‘성황당’이 화제의 영화였지만 장기 상영의 기록이 없는데도 드라마에선 오랫동안 간판이 걸려 있었다고 지적한 정씨는 “33, 34회의 우미관 간판이 ‘도생록’ ‘군용열차’ 였는데 이들 작품도 1938년 ‘약초극장’에서 개봉된 영화”라고 말했다.

우미관 건립은 1914년. 무성영화 시절이라 초기에는 외국 영화와 연극 등이 공연됐다. 1918년 국내 최초의 발성영화 시설을 한 극장이란 기록도 있다. 일제시대 극장 객석은 나무 의자뿐이었으나 ‘야인시대’에선 안락한 의자로 나오는 것도 옥에 티. 정씨는 “지난 94년 개봉된 정지영 감독의 ‘헐리우드키드의 생애’에선 ‘봉래극장’을 철저하게 고증, 재현해 평론가들로부터 ‘옥에 티’ 없는 완벽한 고증으로 호평을 받았다”고 했다.
정씨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에 나오는 우미관 간판에 ‘홍길동’ ‘국경’과 일본영화 포스터가 등장한 건 고증의 실수”라고 덧붙였다. 얼마후 ‘야인시대’ 김두한의 거점이 ‘조선극장’으로 옮겨진다. ‘옥에 티’가 누적돼 드라마의 오점으로 남지 않도록 철저한 고증이 요구된다.

/신일하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