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회담 이후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방송의 내용이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방송계에서도 프로그램 폐지와 신설 등 크고작은 변화가 생기고는 있지만, 통일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직 그 양과 질에 있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지의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KBS 사회교육방송(AM972KHz, 1134KHz, 6015KHz)과 장병 대상의 라디오 방송, 국군방송(수도권 FM101.1Mhz)은 북한 관련 용어도 순화되고 방송 내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우선, KBS 사회교육방송은 지난달 20일부터 프로그램을 개편, 공산주의 사상에 대한 반박 논리 전달을 목적으로 80년대 초 시작된 ’노동당 간부들에게’와 남북간 갈등의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 ’남북 분단 50년사’를 폐지했다.

대신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드는 음향 드라마 ’라디오 극장’과 남한 사회의 다양한 일상, 남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려주는 ’안녕하세요 서울입니다’를 신설했다. ’라디오 극장’에서 제일 처음 택한 작품은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앞으로 북한 작가, 재소련 한인 작가 등의 작품도 극화할 예정이다.

사회교육방송의 박현순 부장은 ”한쪽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프로그램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남북간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우리의 사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치색 짙은 프로그램은 폐지하는 등 개편 작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국군방송(수도권 FM101.1Mhz) 역시 내용이 부드러워졌다. 임필호 편성부장은 ”그동안 방송은 장병들에게 ’북한군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의 필승의 신념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남북 화해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두 라디오 방송은 청취층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는 반면,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사들의 북한 소재 오락·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우, 웃음에 집착, 희화화에 치중하다보니 오히려 동질감 형성에 방해가 될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외에 본격 통일 관련 프로그램은 양도 부족하고 방송시간도 사각지역이라 시청률이 저조한 형편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 4사의 본격 북한·통일 관련 정규 프로그램은 ’남북의 창’(KBS 1TV 금 밤 11시30분)과 ’통일의 길’(EBS TV 일 오전6시)이 전부다.

분량도 각각 20분, 40분으로 짧은 데다가 새벽이나 밤 늦은 시간에 방송되고 있다. 경실련 통일협회 등 각종 통일운동 관련 단체에서는 이들 프로그램의 방영시간 확대와 시간대 변경, 새로운 통일관련 정규프로그램 신설을 제안하고 있다.

<정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