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3시쯤 서울 중부경찰서 형사계.

한 꼬마 남자아이가 순진한 얼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난을 친다. 일본인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던 이모(28)씨의 다섯살바기 아들이다.방금전 경찰이 범행에 쓰인 흉기를 보여주며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일본어로 “그동안 엄마가 갖고 다니던 거예요”라고 말한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에도 “그 흉기는 본 적도 없다”며 범행을 부인하던 이씨는 결국 어린 아들의 이 한마디에 고개를 떨구었다.

지난 94년 일본인 사업가와 결혼, 최근까지 도쿄에서 살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이씨는 일본에 살면서도 1년에 한차례씩은 반드시 한국에 들러 친정부모를 찾았고 용돈도 꼬박꼬박 부쳐왔다.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결혼 이후 남편의 잇따른 사업실패로 생계가 어려웠지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강도사건을 위장,보험금을 타내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이들 부부는 입국전 일본에서 2개의 여행자 관련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이씨는 남편과 사전에 합의한 각본대로 10일 새벽 투숙중이던 호텔객실에서 남편의 목을 한차례 찌른 뒤 다급한 목소리로 “강도를 당했다”며 경찰에 허위신고했다.

그러나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남편은 과다출혈로 그만 숨지고 말았다.예상외의 사태에 놀란 이씨는 경찰에서 6시간 동안 “흉기는 처음 보는 것”이라며 강도의 소행으로 주장했지만 전후사정을 모르는 아들의 증언에 범행전모가 밝혀지고 말았다. <이승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