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시인 원태연

시인 원태연(29)씨의 위치는 흥미롭다.1991년 경희대학교 체육학과(사격전공)1학년 재학중에 출간한 시집 ‘넌 가끔 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가다 딴 생각을 해’(영운기획)가 약 80만부나 팔려 출판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 뒤 지금까지 4권의 시집과 1권의 수필집을 출간했는데 그 판매량은 총 300만부.

대중적으로는 인기 시인이 됐지만 원씨는 주류문학판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고,자기만의 문학시장과 독자를 대상으로 활동해 왔다.원씨가 최근 출간한 시집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은행나무)도 출간한지 보름만에 3만권이 나갔다.이처럼 외면과 환호, 두 시선을 한꺼번에 받고 있는 원씨의 글 쓰기는 최근 문학판의 흐름중의 하나인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교류란 문제를 요약하고 있다.

최근 문학출판시장은 완고하게 순수문학적 전통을 고수하던 문단이 출판시장의 요구에 맞춰 대중적인 글 쓰기를 반영해 가고 있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요즘 작가들의 대중적 전략이 바로 그 흐름 중의 하나.실제로 구미권 문학에서는 이미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은 오래되었다.몇몇 주요한 작가들만이 나름대로의 ‘소수의 고정독자’만을 위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을 뿐,대부분 작가의 작품은 출판시장의 요구에 맞춰 대중적인 기법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사실,100만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운 사례는 원씨의 시집뿐만 아니다.1988년에 나온 서정윤의 시집 ‘홀로서기’가 70년대 이후 출간된 시집으로는 최초의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이후 도종환씨의 ‘접시꽃 당신’이 그 뒤를 이었고,이정하·유시화씨 등의 시집도 나왔다하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확실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이른바 ‘대중시집’이란 독특한 분야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집 판매부수 100만부라는 기록적인 문학출판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원씨는 자신의 시집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솔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그는 “시를 외우면서 배웠던 세대들이 시의 틀에 갇혔다면,지금 세대들은 자연스러운 감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 시를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한다. 그는 자신의 시에 무거운 주제를 입혀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내 인생에서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그래서 포기했지요.자연스러운 감정,내가 느끼는 사람들의 아픔을 대변해 주는 것이 나의 길이란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독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쓰고 싶은 것만 쓰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말하는 원씨는 기존 문인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에 대해서 할말이 많다.“내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모두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원래부터 거기에는 구분이 없었습니다.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발언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폼 잡지 않아도 거기에는 문학이 있습니다.” 최근 5년 넘게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 원씨는 가요계에서도 1급 작사가로 활동하고 있다.이 신세대 시인의 남다른 행보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