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그래뉼라 신세시스의 '모션 콘트롤 모델 1994-97'

사진은 1839년 발명된 이후 1백6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있는 현실을 그대로 ‘찍는’ 고전적인 사진에서부터 현상·인화단계에서 일부 조작하는 ‘만드는’ 사진을 거쳐 최근에는 홀로그램 등 사이버 가상공간으로까지 사진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진영상은 현실을 그대로 복제·재현하는 것인지,아니면 허구와 환상을 창출할 뿐인지에 대한 본질적 물음도 계속되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리고 있는 ‘사진의 시각적 확장전-현실과 환상’은 사진을 중심으로 현대 영상예술의 다양성과 미래를 조망하는 전시회이다. 이 자리에서는 우선 사진영상예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제시되고 있다. 찍거나 만든 정지사진,정지사진과 동영상(비디오)의 중간영역에 속하는 사진과 설치작업,비디오 아트 등이 망라됐다.

또 ‘현실과 환상’이라는 부제처럼 개별 미디어에 의한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는 영역도 적극적으로 탐구한다. 사진·영화·비디오 등의 인터미디어적인 세계,영상속의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상호침투하는 인터스페이스도 전시의 주된 초점이다.

이번 전시는 설치,사진·홀로그램,필름·비디오상영 부문으로 나뉜다. 출품 작가는 모두 41명. 국내에서는 공성훈·김해민·박현기·박화영·민병헌·염은경·이강우·이정진씨 등이 작품을 내놓았고,외국작가로는 그래뉼라 신세시스·켄 파인골드·후루이케 다이스케·구로사카 게이타 등이 참여했다.

공성훈씨는 사진을 연속적으로 투영하면서, 스크린에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내는 멀티 슬라이드 프로젝트작업을 선보였다. 그래뉼라 신세시스의 ‘모션 컨트롤 모델 5’는 모델이 재채기하는 순간을 여러개의 영상으로 분절해 시간에 대한 영상미디어의 풍부한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해민씨의 ‘TV해머’는 TV속 공간의 운동성을 실물공간의 운동성으로 연결시킨 작품이다. 짐 캠벨의 ‘환각’은 관객이 화재현장을 촬영한 화면속으로 걸어들어가 불길에 휩싸이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피부가 벗어져 신경계가 드러난 토르소가 창앞에 서 있고,관객이 신경의 마디마디를 만지면 그 창밖으로 가상의 이미지와 내레이션이 한편의 애니메이션처럼 펼쳐지는 켄 파인골드의 ‘인테리어’는 현대과학이 규명해가고 있는 마음의 메커니즘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양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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