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라디오3국 사회교육방송이 10월12일 프로그램을 개편하며 ‘연예가중계’(월∼일 오전5∼5시55분)를 신설하는 등 변신을 꾀한다.

사회교육방송은 북한주민 및 북방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방송으로 북한의 대남방송에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그동안 진지하고 딱딱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왔다. 따라서 ‘연예가중계’의 신설은 대북방송의 유연화 전략을 상징하는 파격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대북전략에 따른 것으로 귀순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1년에 두번 정도 마련하는 귀순자모니터회의에서 귀순자들은 북한에서 사회교육방송을 듣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혀왔다. 이들 대부분은 본방송보다 광고가 더 재미있고, 교통사고나 뇌염환자 소식 등 북한에서 접할 수 없었던 뉴스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보다는 남한의 방송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문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가중계’에서는 민족 동질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노래를 내보내면서 요일별로 방송·가요·공연예술 소식과 남북한 스포츠 이야기, 함께 부르는 노래, 우리 직장 인기가요, 스타초대석 등 코너를 마련할 계획이다. 준비하고 있는 노래는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등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 대중음악 3백여곡이다.

‘연예가중계’를 맡은 KBS 박순태차장은 “이미 북방동포 및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져 사랑받고 있는 노래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예 문화 스포츠 정보를 전달, 자연스럽게 남북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개편에서는 귀순자들의 증언을 통해 남북한의 실상을 비교해보는 ‘내가 본 서울 이야기’ ‘종교와 인생’ ‘17시뉴스’ ‘다큐멘터리 20세기 한국사’ 등도 신설된다. <李秀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