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 아이레스’ 수입불허 파문, 삼성영상사업단의 ‘제5원소’필름 가위질 파동. 최근 영화계의 ‘핫 뉴스’로 인해 소리소문없이 묻혀가는 영화가 한 편 있다. 개봉 3개월만에 서울관객 30만명, 전국관객 1백만명을 돌파해 그야말로 쇼킹한 흥행성적을 기록하고 개봉관에서 막을 내린 ‘쇼킹 아시아’다.

‘쇼킹 아시아’가 충격적인 것은 불과 2만달러(약1천8백만원)에 판권을 사들여 1백배가 넘는 순이익을 남겨 ‘올 상반기 최고의 황금알’이 되었다는 게 아니다. 프린트를 46벌이나 떴지만 그것도 모자라 지방극장에서 ‘필름 확보’소동을 벌였으며 전국적으로 1백개 이상의 극장에 간판이 올려졌다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이런 작품에 무려 1백만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느냐는 것이다.

수입사는 아시아의 특이한 관습을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선전했지만 이 작품은 연출된 다큐멘터리이다. 일본 지하철의 성추행 장면 등이 그것이다. 게이의 성전환수술등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온갖 변태적이고 구역질나는 장면들. 백인들의 사디즘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만든, 아시아인에 대한 독일인 감독의 편견이 가득찬 ‘싸구려’필름이다. 게다가 이 필름은 국내에서 수입업자에 의해 교묘하게 재편집됐다.

관객들의 관음증에 편승한 상혼이 남긴 충격은 크다. 영화사들은 “이렇게 한건 올리면 되는 것을 굳이 작품성을 따져 수입할 필요가 뭐 있느냐”고 허탈해했다. 엽기적인 필름이라고 할수록 더욱 몰려드는 관객들에게 원망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이 사례는 수입사와 극장, 그리고 우리 관객의 수준을 한꺼번에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다.

여기서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위원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과연 가족들의 ‘쇼킹 아시아’관람을 방임할 수 있을 것인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필름의 비디오 출시다. 비디오는 영화와 달리 청소년에게 더욱 쉽게 노출된다. 게다가 ‘쇼킹 아시아’는 한꺼번에 3편이 시리즈물로 수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 쇼킹…’의 심의에 공륜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또 하나의 비상한 주목거리다.
<吳廷國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