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사극의 지나친 현대적 해석이 역사를 오도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MBC '미망'

텔레비전 사극들이 인기를 끄는 ‘사극 전성시대’를 맞이하면서 사극의 현대적 해석이 논란을 빚고 있다. 사극이란 역사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전제로 한 것이고 그러한 현대성이 인기의 요체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현대적 해석은 역사에 대한 왜곡을 불러오며 역사를 통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박완서씨의 동명소설을 옮긴 MBC의 ‘미망’이다. 구한말 격변기, 한 개성갑부 일가의 부침을 그린 ‘미망’은 극적 흥미를 위해 원작에는 희미한 태임(채시라) 종상(김상중) 승재(전광렬)의 삼각관계를 크게 부각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승재가 친구의 아내인 태임에게 ‘태임씨’라는 호칭을 쓴다든지 태임과 승재가 술집에서 만나 밤새 술을 마시고, 질투로 눈먼 승재의 아내는 남편의 얼굴을 할퀴고 양주를 마시며 밤을 새운다는 설정이다. 또 태임의 딸인 여란은 승재에게 연정을 품고 승재의 부인이 보는 앞에서 입을 맞춘다. 전화의 사용은 일상적이며 기차안에서는 ‘이번에 내리실 역은 ○○입니다’라는 현대적인 안내방송이 나온다. 남편이 아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장면도 나온다.

이러한 설정은 남녀간에 봉건윤리가 지배적이고 서구문물이 도입되던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어불성설이다. 물론 제작진은 “현대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현대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에 근거한 장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배경음악으로 쓰고 태임을 기성의 윤리를 뛰어넘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묘사한 점은 근래의 사극과 다른 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을 남발하는 것은 사극으로서 최소한의 역사인식도 결여한 것이며 보는 이에게 실소를 자아내게 할 뿐이다.

현재의 대권 정국과 맞물려 인기가 치솟고 있는 KBS ‘용의 눈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눈에 띈다. 대권창출 과정에서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으나 중전 강비(김영란)가 세자를 왕위에 오르게 하겠다는 정도전(김흥기)에게 “오라버니”라고까지 호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또 대권창출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것은 여성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으로 눈길을 끌지만, 정치사상적 차이에서 유래한 권력갈등을 단지 권력욕과 치맛바람에 의한 궁중암투쯤으로 그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극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를 빌려서 하는 우회적인 발언법이다. 그러나 대중은 사극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TV사극은 역사교과서와 같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梁誠希기자>

이미지 크게보기KBS의 '용의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