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눈물젖은 두만강'부르는 귀순한 김경순씨 일가족

“밤이면 밤마다 꿈속에서 만나는 어머님. 어머님의 정다운 품속으로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이제는 불효자식이 돼 애절하고 비통한 글로 마음의 편지를 드립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KBS라디오 공개홀. KBS사회교육방송이 설날특집으로 마련한 ‘민족대명절 남북 한마당’ 공개방송에서 95년말 귀순한 최공혁(26)씨가 탈북직전 사망한 어머니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울먹이며 읽어나갔다.

편지낭독이 이어지면서 이날 공개방송에 초대된 50여명의 탈북자들과 2백여명의 실향민들 사이에서는 간간이 울음이 터졌고 프로를 진행하던 송해도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이날 공연은 북한을 비롯, 중국 러시아 등지의 북방동포를 대상으로 방송하는 KBS사회교육방송이 설을 앞두고 외롭게 지내는 탈북자와 실향민의 명절잔치로 마련한 행사. 따라서 공연 레퍼토리도 ‘아파트’‘제3한강교’등 북한에서 유행되는 국내 대중가요 중심으로 짜였다.

이날 공연에는 특히 지난해 12월 귀순한 김경호씨 일가족도 22일 해산한 넷째 딸을 제외하고 전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씨의 부인 최현실(58)씨와 장남, 큰며느리, 셋째딸 등 4명의 가족은 직접 무대위로 올라가 ‘눈물젖은 두만강’을 합창했다.

이어 김씨의 셋째딸 명숙(35)씨가 수준급의 노래솜씨로 ‘홍도야 울지마라’를 불러 관객들로부터 앙코르를 요청받고 북한가요 ‘압록강의 노래’를 개사한 ‘두만강의 노래’를 잇따라 부르기도 했다.

최현실씨는 “‘사랑의 미로’나 ‘아파트’는 북한에서도 흔히 들을수 있는 노래”라며 “실제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의 목소리로 들으니 더 좋은 것같다”며 즐거워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탈북자들은 공연이 끝난뒤 김경호씨 가족들과 만나 장시간 정담을 나누다가 “가족들 모두 함께 내려와 부럽다”며 눈시울을 붉혀 명절을 앞두고 북에 두고 온 혈육 생각에 사무치는 모습들이었다.

이날 녹음된 공개방송은 오는 8일 밤 9시30분 KBS사회교육방송(972㎑, 1134㎑)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朴京一기자>